옥상에서 혼자 훈련하던 ‘외골수’ 소년…최정 “제가 노력파라구요? 야구가 재미있어서, 잘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4. 4. 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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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정이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홈런 대기록을 달성한 후 축하받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최정이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SSG 최정(37)이 홈런 신기록을 앞두고 있을 때 동생 최항(30·롯데)은 형이 매일같이 훈련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최항은 “어렸을 때 집에 오자마자 옥상에서 혼자 훈련하던 형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걸 보면 (홈런 신기록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항 외에도 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료들도 모두 최정을 ‘노력파’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은 대기록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3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통산 홈런 기록 신기록을 썼다.

4-7로 뒤처진 5회 2사 후 타석에 나선 최정은 롯데 선발 이인복의 초구 127㎞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개인 통산 468번째 홈런을 친 최정은 역사를 썼다. 경기 전까지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한 개인 최다 통산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던 최정은 이 부문 1위 기록을 자신의 이름으로 갈아치웠다.

유신고를 졸업한 뒤 2005년 SK(현 SSG)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단한 최정은 데뷔 첫 해인 2005년 5월21일 현대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쳤다. 이 때 우연히 ‘홈런존’에 타구를 보낸 최정은 홈런 상금 100만원도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매니저님이 숙소에서 상금을 주시는데 그 때 ‘이게 프로구나’라고 생각한 기억이 생생하다”라며 웃었다.

처음엔 홈런 하나를 치는 것만으로 설레는 마음이었지만 다음해부터는 장타 재능을 발휘했다. 2006년 12홈런으로 프로 데뷔 두번째 시즌만에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최정은 이후 꾸준히 10홈런 이상을 쳤다. 지난해까지 18시즌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연속 시즌 두자릿수 홈런 기록은 이미 최정이 가지고 있다. 이날 홈런은 시즌 10호 홈런이었고 연속기록을 19시즌으로 늘렸다.

SSG 최정이 24일 롯데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홈런왕 타이틀도 세 개나 가지고 있다. 2016년에는 개인 첫 40홈런을 쏘아올리며 데뷔 12년만에 생애 첫 홈런1위 타이틀(공동 1위)을 거머쥐었다. 2017년에는 한 시즌 개인 최다인 46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홈런 1위에 올랐다. 2021년에도 35홈런으로 통산 세번째 홈런왕을 차지하는 등 최정은 홈런의 대명사가 됐다. 그리고 이제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이 홈런을 친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최정은 ‘노력파’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단점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게 내가 재미있는게 있으면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령 김성근 감독님이 계실 때에는 수비도 연습으로 는다는게 느껴지니까 힘들다는 소리를 안 하고 다 했었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타격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지 재미있어서 파고들다보니 나온 결과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들이 저보다 많은 노력을 한다”라며 거듭 손사래를 쳤다.

야구에 있어서는 완전히 ‘외골수’다. 최정은 “몰입하면 잠도 안 자고 하는 스타일이다”라며 “2012년 9월9일 넥센전에서 강윤구 선수를 상대로 타격 매커니즘을 바꾸게 한 홈런이 있었는데 당시 터치감을 안 잊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고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정은 아직도 당시의 홈런 느낌을 그대로 유지할만큼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남들도 똑같이 하는 노력이다. 그냥 나에게 맞는 기술을 잘 선택해서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하게 하고 있지 않나”라며 몸을 낮췄다.

야구를 워낙 좋아하기에 그 안에서도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다. 최정은 “타격이나 수비, 주루 등 그 중에서도 재미없는게 있지 않나. 나는 그 속에서도 재미를 찾으려고 하는 성향이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실력이 느는게 느껴지면 더 기분 좋고 설레고, 빨리 내일 경기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돌이켜봤다.

기념구를 들고 있는 SSG 최정. SSG 랜더스 제공



이른바 야구와의 ‘권태기’도 왔지만 오히려 지금 최정을 만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최정은 “2014~2015년에 약간 권태기 비슷한 느낌이 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을 가진게 시간이 많이 지나서 공부가 됐다. 덕분에 모든 상황이나 어려운 게 있을 때 멘탈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을 갖고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모든게 야구가 다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봤다.

그래서일까. 대기록을 세운 뒤에는 멍한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록이 당분간은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최정은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하는게 목표였다. 계속 내 기록을 깨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19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이유다.

또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500홈런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500홈런은 최정이 계속 하던대로만 한다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32개의 홈런을 남겨두고 있다.

최정은 “은퇴할 때까지 계속 기록을 깨면서 뛰다가 은퇴하는게 목표다. 20시즌 연속 치면 더 좋지 않겠나. 두자릿수 홈런에 목표를 두고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대기록을 달성한 뒤 좀 더 후련한 마음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최정은 “500홈런이라는 목표는 생겼지만 시즌 목표는 잡지 않았다. 통산 홈런 목표는 큰 목표를 가져야 관리도 할 것이고 오래 야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잡은 건데 개인 목표는 없다. 이제는 나머지 홈런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매년 그랬듯이, 팀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SG 최정(오른쪽)과 롯데 최항. SSG 랜더스 제공



사직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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