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자들 “다 바꾸겠단 각오 해야”… 尹 “정치적 운명공동체” [尹, 낙선자 비공개 오찬]
총선 참패 원인으로 ‘당 폐쇄성’ 지적
“소외된 사람 끌어 안아 외연 확장을
文정부 반대로 한다더니 그렇게 했나
尹, 정책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 안된다”
‘한동훈 원톱체제 총선’ 아쉬움 표출도
이상민 “尹 소통 더 해야” 불만 표출
‘첫목회’ 간사 “당정이 총의를 모아야”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당에서 소외되고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함께 끌어안아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병수 의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여기 계신 분들은 윤석열정부의 탄생을 함께하신 분들로, 윤석열정부의 성공이 우리의 소명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나라와 당을 위해 소통과 조언을 계속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주로 당정의 쇄신을 위해 필요한 방향, 국정 운영, 총선 결과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문재인정부와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과연 그렇게 했나’, ‘대통령이 너무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는 등의 쓴소리도 쏟아졌다.
‘당의 폐쇄성’은 총선 패인 중 하나로 꼽혔다. 서울 종로 현역인 최 의원은 이날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과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구를 부산 부산진갑에서 북갑으로 옮겨 ‘험지 출마’를 했던 5선 서 의원도 “과거와 달리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국민의힘을 탈당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 중도 소구력이 있는 인물을 배제하면서 총선 과정에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총선이 사실상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원톱’ 체제로 치러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비례대표 우신구 의원은 “선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해야 하는데, 이번엔 너무 비대위원장 한 사람에게 의존해서 치른 게 아쉽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수도권 선거 전략을 잘 짜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소통의 문제도 지적됐다. 경기 용인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공천 배제)된 비례대표 서정숙 의원은 “소통을 강화하고 그 내용이 위로 잘 전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 50여명 중 발언을 한 의원은 6명뿐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정치적 운명 공동체”, “동료이자 한 팀”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지만 낙선·낙천자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성찰하겠다 정도의 얘기는 했지만 사과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밋밋한 자리였다”면서 “참석자들은 100% 정권 창출을 함께한 사람들이다. 초심을 강조하고 심기일전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고, 중진 의원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오르내리는 상황을 두고도 변화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원외 낙선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가 잘해서 변해야겠단 의지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못하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거나 다름없다”면서 “말로만 변화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변화”라고 했다. 이어 “(비판을 하면) 내부총질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건 총질이 아니라 사실 썩은 데를 도려내기 위해 고통이 따르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면 민주당만 좋은 것”이라며 “대통령실도 싹 다 바뀌어야 한다. 이 결과를 보고도 안 바뀐다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원외 낙선자도 “다른 낙선자들과 이대로 2년, 3년 지나면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 때 개혁신당에 흡수될 거다, 젊은 정치인을 키우지 않고 이대로면 못 이긴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우리가 세 번 연속 졌는데 20대 총선 백서나 21대 총선 백서나 똑같다. 수도권 민심 몰랐고, 영남당이고, 지역 조직을 못 만들었다는 건 매번 지적되고도 고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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