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동박, 전기차 둔화에 1Q 전망 '우울'…"하반기 반등 가능성"
'매출 급감' SK넥실리스, '나홀로 흑자' 롯데머티…고객사 따라 온도차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동박업계가 1분기에도 아쉬운 성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인 전기차(EV)의 수요 둔화와 중국산 동박의 물량 공세로 업계 전체가 고전한 탓이다. 다만 고객사의 사정에 따라 동박업계의 희비도 미묘하게 갈릴 전망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C(011790)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139억 원, 영업손실 364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6.9%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2160억 원, 영업이익 48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2.2% 증가할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22.4% 줄어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올 1분기 매출액 1213억 원, 영업손실 140억 원을 잠정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7.5% 증가했다. 해외 공장 건설 등 고정비 증가로 적자가 계속됐지만, 고객사의 전지박 공급량이 늘면서 적자 폭은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다.
동박업계의 부진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이 결정적이다. 저가의 중국 동박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판가가 하락하고,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고정비 증가도 발목을 잡았다.
SK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넥실리스의 연평균 공장 가동률은 54.7%로 전년(88.1%)보다 33.4%포인트(p) 급감했다. SKC가 SK넥실리스를 인수한 202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연평균 전지박 공장 가동률도 전년(89.5%) 대비 7.2%p 감소한 82.3%를 기록했다.
다만 고객사의 사정에 따라 동박업계의 '세부 성적표'는 다소 갈릴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동박을 공급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온 동박 공급 비중이 높은 SK넥실리스 '투톱' 간 온도 차가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량은 전년 동기보다 22.3% 증가한 11.7기가와트시(GWh), 삼성SDI는 48.0% 증가한 5.2GWh를 기록했다. 반면 SK온은 같은 기간 4.2GWh로 전년 동기보다 7.1% 역성장했다.
SK넥실리스는 국내 동박 3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 역성장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가 전망되는데 이는 고객사인 배터리 제조사의 영업 실적과도 긴밀하게 연동된 셈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관련해 "당초 1분기는 전방 수요 정체에 따라 보수적인 판매량이 예상됐으나, 해외 경쟁사의 품질 이슈로 인한 반사수혜와 고객사의 북미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전분기보다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동박산업이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완성업체(OEM)에서 다수의 신차 출시가 예정돼 배터리 업황에 활기가 돌면 음극재 소재인 동박업계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전기료가 국내의 절반 수준인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 확대도 긍정적 신호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4분기 완공한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5·6 공장 증설(2만톤)을 통해 총 6만톤의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체 동박 생산량 중 75%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을 직접 찾아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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