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불길 들어가는데’…삐그덕 거리는 소방 동료평가

김은진 기자 2024.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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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모든 공무원 동료평가… 성과급 등 반영
“업무 특성상 부적절, 불신 유발”… 소방청 “개선할 것”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올해부터 동료평가가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된 가운데 협업을 중시하는 소방관 업무 특성상 해당 평가 도입이 적절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동료평가로 인해 현장에서 신뢰가 무너져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올해부터 전체 국가직 공무원에 동료평가 제도를 의무화했다. 상급자 중심의 하향식 평가는 없애고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은 일정기간 함께 일한 같은 부서 근무자들에 대한 동료평가를 진행했다. 근무자들이 무작위로 선정되면 동료의 실적과 직무수행 능력, 업무 태도 등을 평가한다. 동료평가 후 내용은 지나친 비방과 비난을 제외하고 당사자에게 공개되며 결과에 따라 네 등급으로 나뉘어지고 성과급 지급에 일정 비율 반영된다.

그러나 화재나 구급현장에서 누가 잘하고 못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을 뿐더러 좋지 않은 동료평과 결과가 협동과 호흡을 깨뜨릴 수 있다. 또한 교대 근무 특성상 한 번도 같이 일하지 않은 동료를 평가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 소방관들 사이에선 업무 특성을 이유로 이러한 동료평가가 적절하지 못한 제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내 한 3년차 소방관은 “동료평가 당시 상급자가 자신을 좋게 평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며 한 번도 같이 일해본 적 없는 동료를 평가하기도 했다”며 “특히 화재 진압을 누가 더 잘한다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이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항상 위험한 현장에서 동료와의 합이 중요한데 평가 결과로 동료 간의 불신만 쌓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사무처장은 “협업이 중요한 소방대원들에게 서로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라고 하는 것은 서로를 이간질 시키는 것”이라며 “업무 특성에 맞는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처음 도입된 제도인 만큼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업무에 맞게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가겠다”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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