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신태용 ‘꽃가마 매치’

황민국 기자 2024.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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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네시아 26일 새벽 U-23 아시안컵 8강전
황선홍 감독(왼쪽)과 신태용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연합뉴스


승리 땐 올림픽 본선무대 성큼
공석 ‘A대표팀 감독’ 눈도장도
철저한 실리축구 승승장구 黃
팔색조 전술 조별예선 돌풍 申
정해성 축구협 전력강화위원장
직관 예고속 단두대 지략 대결


한국인 최고의 지도자는 누구인가.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이 화두의 실마리가 이번엔 풀릴지 모른다. 26일 오전 2시 30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이 무대다.

예상치 못했던 한국인 지도자의 맞대결,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황선홍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56)과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54)이 파리로 가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현역 시절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황 감독은 클럽을 넘어 대표팀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지도력을 입증했고 임시 사령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지휘봉까지 잡았다.

신 감독이 국제 대회 커리어에선 오히려 황 감독을 압도한다.

2014년 감독대행 신분으로 축구대표팀을 이끈 신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맡은 뒤 2017년 축구대표팀 정식 감독으로 부임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후에는 인도네시아로 부임하면서 명성을 날렸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인도네시아(134위)를 압도하지만, 연령별 대회이자 단판 승부라는 특수성 등이 맞물려 예측이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만만치 않은 호주(24위)와 요르단(71위)을 무너뜨리면서 기세를 떨쳤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발목이 잡힌다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이 물거품이 된다.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는 1~3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막차를 탄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이 경기는 관심의 대상이다.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뒤 공항에서 계란 세례를 받았던 아픔이 있던 신 감독은 “내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담백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지도자의 축구 철학 및 스타일에 주목하고 있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철저한 실리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강팀의 미덕이라는 볼 소유를 포기하는 대신 대회 득점 공동 선두(3골)인 이영준(김천)을 중심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으며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한국이 준우승했던 2015년 호주 아시안컵이 떠오른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은 조별리그의 고비였던 중국(2-0 승)과 일본(1-0 승)을 상대로 실리 축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기대 득점에선 1.13골로 상대(1.57골)보다 열세였지만 2골을 넣었고, 일본전에선 상대(1.22골)의 절반인 0.61골의 찬스를 살리면서 웃었다. 한·일전 상대 페널티지역 볼 터치 횟수에선 한국이 9회, 일본이 30회로 큰 차이가 났다.

반면 신 감독은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한다. 8년 전 이 대회 결승전에서 공격 축구를 고집했던 신 감독은 일본에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역전패했다. 이후 다양한 전술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트릭’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한다. 강한 호주(1-0 승)를 상대로 수비를 굳히면서 역습을 노렸다면, 요르단을 상대로는 거침없는 맞불을 놓으며 4-1 대승을 거뒀다.

두 지도자의 상대 전적에선 황 감독이 우세다. 과거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었던 황 감독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K리그에서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신 감독과 8번 맞붙어 3승4무1패로 앞섰다. 그러나 이번 대회처럼 단판 승부인 2011년 대한축구협회컵(현 코리아컵) 4강에선 신 감독이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인 지도자들의 맞대결은 공석인 축구대표팀 사령탑 찾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5월에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가운데 11명으로 추린 최종 후보군(한국인 4명·외국인 7명)에 두 감독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감독은 직전 A매치에서 임시 감독을 맡았고, 신 감독은 6월 인도네시아와 계약이 만료된다. 정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면접을 위해 유럽을 거쳐 카타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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