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섹스(sex)라는 키워드, MBTI처럼 가벼워지길… 성인 페스티벌 연 이유도 그것”

최정석 기자 2024. 4.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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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페스티벌’ 주최한 플레이조커 이희태 대표
“성인 페스티벌 향한 논란은 당연한 거라 생각”
“욕 먹는 건 괜찮지만 없는 말 지어내진 말길”
“성매매 등 주장한 여성단체 법적조치 예정”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 /최정석 기자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섹스(sex)’라는 키워드는 금기다. 아예 성에 대한 이야기를 죄악시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마치 서로 MBTI를 묻는 것처럼 성에 대한 이야기도 자유롭고 가벼워져야 하는데, 뭐만 하면 막고 통제하고 벽을 쌓는다.”

23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37)는 “성인이 성인 콘텐츠를 즐기고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불법도 아닌데, 너무 위선적이지 않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플레이조커는 지난 20~21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결국 취소된 제2회 ‘K-XF(성인 페스티벌)’ 주최사다.

제2회 성인 페스티벌은 지자체와 여성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지난 18일 개최가 취소됐다. 원래 수원시에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수원시는 학교와 행사장 사이 거리가 100m도 되지 않는다며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행사를 막았다. 이후 파주시, 서울 강남구 등으로 옮겨 개최를 추진했지만 이 역시 지자체들이 행사를 가로막았다.

급기야 서울시를 비롯해 여성·학부모 단체까지 “행사장 전기를 끊겠다”, “주최 측에서 VIP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반발하며 충돌이 계속됐다. 논란이 커지자 행사에 섭외된 일본 성인물(AV) 배우 소속사에서 “배우들 신변 보장이 어려워 보인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행사는 결국 열리지 못하게 됐다.

이 대표는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되면서 4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1회 성인 페스티벌 때도 1억3000만원 정도 적자가 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오는 6월 성인 페스티벌을 다시 한번 열 예정이다. 손해를 보고도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문화적 이유와 산업적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폐쇄적인 성문화는 언젠가 반드시 개방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성인 페스티벌을 통해 그 문을 가장 먼저 열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성 산업 규모만 50조원 수준인데, 대한민국에서도 성 문화가 개방된다면 관련 산업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할 거란 믿음이 있다”며 “합법적 성인 콘텐츠에 기반한 시장이 새로 생겨나 부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논란과 반발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전부 예상했던 것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다만 본인들 목적을 위해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사람과 단체들에는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 홍보 포스터./온라인 커뮤니티

-어쩌다 성인 페스티벌과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나.

“본업이 마케팅 쪽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건 한국의 폐쇄적인 성문화에 대한 불만이다. 한국은 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철저히 음지에 묻어두고 입에 담지 않으려는 문화가 있다. 나는 이게 너무 위선적이라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성관계를 통해 태어나는데, 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터놓고 얘기조차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MBTI처럼 가볍고 쉽게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 관련 콘텐츠를 양지에서 해보고 싶었다. 그 결과가 성인 페스티벌이다.”

-이번 행사 개최를 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나.

“행사 취소 이후 BBC 기자가 찾아와서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인터뷰 중에 지나가듯, ‘너네 민주주의 국가 아니냐?’며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내가 이번 사태를 몸소 겪으며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올린 것도 그 질문이었다. 우리 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내가 정말로 법을 어겼다면 경찰서에 가 있든지, 아니면 기자가 아니고 변호사랑 얘기를 하고 있을 거다. 행사 취소 과정에서 나를 도와준 대관 업체들은 하나같이 지자체로부터 영업정지 협박을 받았다. 서울시는 전기까지 끊겠다고 나서더니, 논란이 되니까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 화가 나는 걸 넘어 씁쓸한 감정을 크게 느꼈다.”

-기획 의도는 그렇더라도 ‘굳이 이런 형태였어야 하나’는 의견도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강연장에 사람들 앉혀 놓고 말쑥한 차림으로 성 얘기 하는 것도 폐쇄적 성 문화 타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데 그런 콘텐츠만 존재해야 하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만 해야 하나? 콘텐츠라는 게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기존 형태에 머물러야만 하나? 성인 페스티벌은 그런 관점에서 하나의 새로운 표현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지난해 12월에 했던 1회차 성인 페스티벌 때는 지금과 같은 반발이 전혀 없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최정석 기자

-지난해 열린 첫 행사에서 고가의 VIP 티켓을 팔아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이 있다.

“완전히 허위 주장이다. 지난해 첫 행사 때 VIP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 대상으로 우리가 섭외한 여자 AV 배우들과 식사할 기회를 줬던 건 사실이다. 그 자리에서 성매매가 있었다는 게 여성단체와 몇몇 지자체 관계자들 주장인 걸로 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VIP 행사’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VIP 티켓은 팔았는데 행사는 없었다는 게 무슨 말인가.

“VIP 티켓 구매자들과 여배우들이 식사를 하는 VIP 행사는 본 행사 이후에 진행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배우들 소속사에서 본 행사 일정도 너무 빡빡한데 VIP 행사까지 진행하는 건 어렵다는 항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VIP 행사는 취소됐다. VIP 티켓을 구매한 10명의 소비자들에게는 내가 한 명씩 직접 전화를 해 사정을 설명하고 환불 처리해 줬다. 그런 이유에서 VIP 행사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행사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나. 성매매 알선은 처음부터 끝가지 지어낸 이야기다. 이를 주장한 여성단체 등에는 법적 조치가 들어갈 거다.”

지난해 10월 21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에서 촬영된 압구정 박스녀. /인스타그램 캡처

-성인 페스티벌 이외에 다른 이벤트를 기획한 적은 없나.

“지난해 언론에 대서특필 됐던 ‘강남 비키니 라이딩’ 사건, ‘압구정 박스녀’ 사건이 전부 내가 기획한 것들이다. 강남 비키니 라이딩은 3주, 압구정 박스녀는 2주에 걸쳐 기획했다. 당시 언론이나 사람들 반응이 사실 좀 재밌었다. 완전 알몸도 아니고 비키니가 뭐가 문제가 되나. 부산 해운대에 가면 비키니 입은 여자들 옆으로 어린 아이들이 엄마 손 잡고 지나다닌다. 압구정 박스녀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몸이 드러나질 않았고, 박스 안에 손을 넣는 건 상호 합의 하에 금전거래 없이 이뤄지는 행위다.”

-그런 이벤트들도 성인 페스티벌과 같은 의도에서 기획한 건가.

“그렇다. 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지나친 무게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즐기자는 취지다. 실제로 강남 비키니 라이딩 이후에는 ‘과다노출죄’가 규정하는 과다노출의 범위가 어느 수준이냐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오간 걸로 안다. 이렇게 콘크리트처럼 굳어있는 한국인들 성 관념에 충격파를 던지고 싶었다.”

-논란과 반발이 두렵지는 않은가.

“논란과 반발은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이번 성인 페스티벌 논란 이후에는 살해협박도 조금 받았다. 물론 실제로 행동할 생각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 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생각이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들이다. 오히려 숱한 논란들이 반가운 마음도 있다. 내가 기획해서 실행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주장하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반응도 있을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런 사람들도 똑같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거다.”

-6월에 성인 페스티벌을 다시 열 계획이라 들었다.

“이미 서울에 장소 몇 군데를 알아놨다. 4월 행사는 서울시가 ‘한강은 공공관리구역이라 안 된다’고 한 것을 적극 반영해 이번에는 대관업체도, 행사 장소도 전부 민간 사유지에서 진행한다. 이렇게 했는데 그때 가서 또 전기를 끊겠다며 협박하진 않을 거라 본다.”

-4월 행사가 취소되면서 금전적 타격을 입진 않았나.

“손해를 4억원 정도 봤다. 마케팅, 부동산 등 사업을 여러개 하고 있어서 인생이 곤두박질 칠 정도의 타격은 아니지만 큰 손해긴 하다. 지난해 열었던 1회차 행사도 1억3000억원 정도 손해 보면서 했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성인 페스티벌을 계속 열려는 이유가 뭔가.

“문화와 산업 때문이다. 성에 대한 문화가 조금 더 가볍고 재밌고 덜 엄숙해졌으면 한다. 그런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면 관련 산업도 성장할 거다. 일본의 경우 성 산업 규모만 매년 50조원 규모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용 영상 콘텐츠가 1년에 7000건 정도 나오는데, 일본은 매일 3000건씩 나온다. 성인 콘텐츠를 음지에서만 소비하고 양지에서는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문화 때문에 큰 규모의 산업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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