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없는 '반도체의 봄'…일년간 SMIC 주가 35% 폭락했다

박수현 기자 2024. 4. 2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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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최근 일년간 SMIC(중궈신지) 주가 추이.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전 세계 투자자가 기대하는 '반도체의 봄'은 중국과는 먼 얘기다. 반도체 업황 침체와 더불어 미국의 수출 제재, 실적 부진의 삼중고 영향이다. 반도체 업체의 주가 역시 내리막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이자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SMIC도 주가 폭락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4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기준으로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중궈신지(SMIC, HK:981)는 전일 대비 0.54홍콩달러(3.77%) 오른 14.88홍콩달러를 나타낸다. 최근 일년간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SMIC의 주가는 35%대 떨어졌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중학개미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SMIC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 종목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투자자는 SMIC를 3229만5996달러(약 442억9395만원)어치 매수했다. 이 기간 홍콩 주식 매수 상위 9위였다.

/사진제공=바이두

주가 약세는 미국 제재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자국 기업이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특히 SMIC의 경우에는 그보다 한달 전인 2022년 9월 화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 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 영향으로 SMIC의 실적은 눈에 띄게 역성장했다. SMIC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8.61% 줄어든 452억5000만위안, 순이익은 60.25% 줄어든 48억2300만위안이었다. 그나마 분기 매출은 1분기 102억위안, 2분기 111억위안, 3분기 118억위안, 4분기 122억위안으로 점차 증가세였다.

미국의 견제를 받으면서 자국 시장 의존 비율은 더 높아졌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SMIC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전 세계 4위, 중국 내 1위를 차지했다. SMIC의 전체 매출 중 중국 지역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늘어나 80%를 초과하게 됐다. 수출은 역성장한 것이다.

주가에 긍정적인 점은 SMIC의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SMIC는 지난해 8월 화웨이가 내놓은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기린9000'을 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SMIC가 미국의 수출 제재를 뚫고 7나노 공정을 구현했다고 봤다.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가 만든 그림.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첨단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점도 주가엔 호재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투자를 위해 270억달러(약 37조575억원) 규모의 3차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450억달러(약 61조7625억원) 규모로 해당 펀드를 조성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투자했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SMIC가 반도체 업황 개선 바람을 타고 실적이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해 SMIC는 12인치 웨이퍼 공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 개선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SMIC의 자본지출은 지난해(528억위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미중 갈등 지속은 여전히 투자 위험 요소다. 중국 산시증권의 가오위양 연구원은 "SMIC의 반도체 사업은 원자재, 부품, 장비 및 서비스 지원에 대한 요구 사항이 높다"라며 "이와 관련한 공급업체는 거의 없을뿐더러 대부분이 해외에 있다. 핵심 공급업체의 공급 부족, 배송 지연, 가격 인상, 지정학적 위기는 기업의 운영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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