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하원의장 해임 카드’ 만지작거리는 공화당 강경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2024. 4. 25. 05: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되었다. 불과 6개월 만에 후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에 대해서도 해임안이 발의되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3월22일 연방의회 의사당 하원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AFP PHOTO

지난해 10월 하순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하원의장에 선출된 마이크 존슨 공화당 의원(52)이 전임 케빈 매카시 의장(59)처럼 축출될 위기에 몰렸다. 지난 3월22일 존슨 의장이 민주당·백악관과 협조해 세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극우파 정치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49)이 의장 해임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린 의원은 “마이크 존슨은 의장을 해선 안 된다. 당의 의견은 물론이고 공화당 유권자들의 가치·도덕·윤리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 선장이 버리고 떠나 표류 중인 배와 같다. 그는 우리를 포기하고 친민주당 의장으로 돌변했다”라고 말했다. 초선인 그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추종자로 이름이 자자하다. 남부 조지아주 출신인 그는 트럼프처럼 지난 대선 결과를 부인하고, 9·11 테러 음모론을 포함해 각종 음모론을 부추긴다.

세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연방정부는 셧다운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존슨 의장은 민주당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린 의원은 세출안에 공화당이 요구하는 삭감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표결 당일 해임안을 발의했다. 의회 규칙상 의원이 의장 해임안을 발의한 뒤 투표를 요구하면 48시간 내에 해임안을 투표에 부쳐야 한다. 해임안은 단순 과반수로 가부가 결정된다(지난해 10월 매카시 의장 해임안은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된 바 있다). 그린 의원은 ‘경고’ 차원에서 해임안을 발의했고, 존슨 의장의 향후 처신을 본 후에 투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4선의 존슨 의장이 초선 그린 의원에게 일종의 ‘정치적 인질’로 잡힌 꼴이 되었다.

해임안을 발의했지만 ‘투표 요구’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해임안이 가결되려면 공화당 의원 전원 지지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초 매카시 의장이 해임된 뒤 후임으로 후보 세 명이 나섰지만 득표에 실패했고, 무명의 기독 우파 의원인 존슨이 가까스로 의장에 선출됐다. 의장 선출까지 22일이 걸렸고, 의정 활동 마비로 공화당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번에는 공화당 의원들의 동조가 적다고 알려졌다.

케빈 매카시 의장 해임안을 발의해 관철한 맷 게이츠 의원조차 “후임 의장 선출이 지난번처럼 어려움을 겪게 되면 민주당 의원이 하원의장에 오를 수 있다”라며 이번 해임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CNN은 다수의 의원들이 ‘공화당의 자중지란으로 후임 의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으면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원내총무가 의장에 선출될 수 있다’며 그린 의원에게 자제를 권고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온건파 의원들 모임 ‘메인 스트리트 코커스’ 대표인 더스티 존슨 의원도 〈워싱턴포스트〉에 “더 허약한 보수 의원이 의장 후보로 나올 수 있기에 해임안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온건파 그룹 ‘공화당 거버넌스 그룹’의 대표인 데이브 존스 의원도 해임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의장 해임안은 공수표에 불과할까.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이 변수다. 지난 2월 상원은 950억 달러(약 128조원)에 이르는 국가 안보 추가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거기에 우크라이나에 600억 달러(약 81조원)를 제공하는 군사 지원안이 포함됐다. 그린을 포함한 강경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존슨 의장이 민주당과 손잡고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을 처리할 경우, 공화당 의원들을 규합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린 의원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니다. 러시아와의 대리전쟁에 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CNN에 “만일 표결을 강행하면 가장 중대한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 통과 여부와 해임안 표결 요구를 연계하겠다고 시사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존슨 하원의장

이는 그린 의원만의 주장이 아니다. 공화당 의원 218명 가운데 49명이 속한 당내 극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칩 로이 의원은 “존슨 의장이 국경 강화안을 다루지 않고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표결에 부친다면 큰 실수를 하는 셈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럴 경우 소속 의원들이 해임안에 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친공화 유권자들의 민심도 관건이다. 지난 2월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친공화 유권자의 55%가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다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이 3월22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이런 상황에서 존슨 의장은 다양한 수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무상이 아니라 차관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안, 몰수한 러시아 정부 재산을 전용하는 방안, 국경 강화 예산을 포함한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은 이런 수정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래저래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물론 해임안 표결이 현실화해도 존슨 의장이 회생할 길은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온건파 공화당 의원 다수가 해임안에 부결표를 던지면 된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매카시 의장 해임안 표결 시 전원 찬성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존슨 의장이 해임되면, 의회 혼란뿐만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수행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민주당 하원의원 가운데 적지 않은 이가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시켜주면 구명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상원에서 넘어온 600억 달러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존슨이 수정하거나 보완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수정안을 고려 중인 존슨으로선 진퇴양난인 셈이다. 그는 최근 보수 성향 방송 〈폭스뉴스〉에 출연해 “해임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다소 있다. 가결되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총무가 후임 의장이 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