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공멸할 수 있다“…발칵 뒤집힌 프랜차이즈 업계
시행령에 업계 의견 반영 노력, 공정위와 협의
가맹점주들은 “불합리한 행위만 막자는 것” 반박
법조계 “교섭단체에 대표성 검증은 필요해”
[이데일리 김정유 남궁민관 기자] “이대로라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생태계는 모두 공멸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가맹점주단체들과 교섭하다가 1년이 끝날 수도 있어요.”(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
24일 박호진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가맹점주단체들에게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개별사업자들에게 근로자의 권한을 주는 것이어서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복수 단체들이 설립되면 담합을 통해 본사에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전해철·이동주·민형배·배진교·이학영·김홍걸·김한규·한병도·민병도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9개 법안을 통합한 것으로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도입 △가맹점주단체 협의요청 불응시 제재 조치 부과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및 보복조치 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중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건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다. 개정안 14조 3항에는 ‘복수의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 가맹점 사업자로 구성된 단체와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 총장은 “이미 법 조항 자체에 복수 단체를 인정하고 있고 이들이 협의 요청시 다수 단체와 ‘우선’ 협의하라고만 돼 있다”며 “결국 1년 내내 여러 가맹점주단체들과 다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현재로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시행령 개정과정에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가맹점주단체의 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정하기 때무이다.
박 총장은 “최소 과반(가맹점의 가입 비율) 이상을 확보한 가맹점주 단체로 단일화해 협의한다거나, 모든 단체와 한번에 협의하는 등의 내용을 시행령에 넣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다양하게 소통할 계획”이라며 “또한 가맹점주 단체가 제한사항을 위반한 협의 요청시 타 가맹점에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배상 책임도 명시하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환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제대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측면에서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은 “(프랜차이즈 업계 우려대로) 가게를 이미 내놓고 협의를 요청하는 부당한 사례가 앞서 있지만 이 같은 점주들은 가맹점사업자단체에서 스스로 걸러낸다”며 “가맹본부가 애초에 여러 협의 요청에 대해 성실히 대화한다면 점주들이 자기 장사하는데 힘을 쓰지 누가 1년 내내 협의에 시간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원자재를 공급하는 행위, 특히 구매력이 떨어지는 가맹본부가 동네 슈퍼마켓보다 비싸게 원자재를 공급하는 행위, 무분별한 출점 전략으로 동일 브랜드 가맹점간 경쟁을 시키는 행위 등을 막고 같이 해결해보자는 것”이라며 “분기별 최소 1회 정도 협의를 하자는 거지 365일 만나자는 게 아닌데 본사 주장이 너무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관련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우려에 대해 “일부 일리가 있다”고 말한다.
가맹사업법 전문인 이성민 로엘 파트너 변호사는 “단체교섭권 강화가 충분히 악용될 수 있고 가맹점주단체가 노동조합화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다만 특별히 문제가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니라면 가맹점주들이 현실적으로 단체로 실력행사에 나서는 상황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가맹점주단체 난립 방지를 위해 대표성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 변호사는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법 내용이기 때문에 대표성에 대한 검증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가맹점 수·비율 이상이거나 하는 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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