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넣자 화면에 “이 당근, 찔까요 구울까요”

이해인 기자 2024. 4.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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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유로쿠치나 요리혁명 현장

지난 1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가전 전시회 ‘유로쿠치나 2024′의 한 가전업체 부스. 직원이 스마트 오븐에 아스파라거스를 넣자 내장된 카메라가 정확하게 인지해 화면에 아스파라거스 아이콘을 띄웠다. 동시에 이 음식을 찔 것인지 구울 것인지 선택하라는 표시가 떴다. 이번엔 직원이 피자를 넣자 무게가 떴고 선호하는 굽기 정도를 고르라는 화면이 나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 오븐이 조리 보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리할 때 들이는 시간, 노력,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인공지능(AI) 열풍이 가전 세계도 휩쓸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보쉬·지멘스·월풀 등 글로벌 가전 업체들은 잇따라 가전에 AI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조리법을 표준화하고 AI로 조리 과정을 자동화하는가 하면 청소기, 세탁기, 에어컨에도 AI 기술을 적용해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가전에 탑재되는 AI는 어떻게 학습되고 어떤 기술이 적용돼 구현되는 걸까.

그래픽=양진경

◇핵심은 카메라

AI 기술이 적용되는 가전 대부분에는 카메라 기술이 활용된다. 지멘스·밀레 등 글로벌 브랜드의 스마트 오븐은 내장된 카메라가 음식 사진을 찍고 AI가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을 인지하고 해석한다. 예컨대 칠면조 고기를 넣었을 때 카메라가 이를 3D로 인지해 가장 비슷한 사진을 찾아내는 식이다. 밀레 관계자는 “사용자가 요리를 하면 할수록 AI가 학습을 거쳐 점점 더 정교해진다”며 “현재 밀레의 오븐은 조리법을 약 30가지 익혔으며, 범위를 점차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냉장고에 드나드는 식재료를 인식해 푸드 리스트를 작성해주는 ‘똑똑한 냉장고’ 비스포크AI 패밀리 허브를 내놨다. 냉장고 문이 열릴 때마다 AI 카메라가 동영상으로 음식의 움직임을 포착해 드나듦을 추적한다. 학습한 이미지 100만장을 기반으로 식품명을 분류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제품에는 냉장고 스스로 최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신경망 처리 장치(NPU)가 처음으로 적용됐다”며 “식품을 인식하고 판별하는 데까지 0.5초가 안 걸린다”고 말했다.

◇센서도 중요한 역할

각종 센서도 AI 가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밀레의 템프컨트롤 인덕션은 내장된 온도 조절 센서가 조리 기구의 재료 특성과 온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불 세기를 조절한다. 이 밖에 LG전자도 올해 음식이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하는 인덕션을 공개했다. AI가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하고 예측해 물이나 수프, 소스 등이 넘치는 것을 막아주는 ‘끓음 알람’ 기능이 강점이다. 냄비의 재질, 음식의 양에 따라 끓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팔팔 끓는 시점까지 온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인덕션 표면이 온도 센서가 실시간으로 온도를 측정하고 AI 온도 추정 알고리즘을 활용해 끓는 시점을 추정해 알람을 준다. LG전자 관계자는 “음식이 끓는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조리 과정을 계속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간편함을 주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출시되는 청소기와 로봇 청소기에도 센서가 기본으로 내장된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출시한 올인원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은 바닥 인식 기능이 강점이다. 초음파 감지기 등 센서 5개가 실시간으로 바닥 환경을 감지하고 바닥 종류에 따라 맞춤으로 청소한다. 예컨대 마룻바닥은 물걸레로 청소하고, 카펫은 높이에 따라 물걸레를 아예 분리할지 또는 들어올려 청소할지를 판단해 카펫이 젖거나 오염되지 않게 해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이 AI를 입고 점점 더 똑똑해질수록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해야 했던 귀찮은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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