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준금리, 내년 2.5%까지 내려갈 듯”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4. 4.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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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장민 금융硏 선임연구위원

“한국은 근원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며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자본 유출 가능성도 있어서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하고 “물가가 안정되면 현재 연 3.5%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년에 연 2.5%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인하 속도가 매우 더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 위원은 한국은행에서 22년간 근무했으며, 경제 동향을 분석하는 조사국장도 지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에서 내년에 연 2.5%까지 내릴 수 있지만, 인하 속도가 매우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장련성 기자

-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요인은?

“첫째 물가, 둘째 경기, 셋째 금융 상황 및 이와 연관된 미국 금리이다. 최근 물가는 공급 요인인 환율과 국제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경기는 소비와 건설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수 부진으로 회복이 느리다. 또한 지금처럼 미국 고금리로 글로벌 강달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금리 움직임이 금융시장에 많은 영향을 준다.”

- 경제 상황은?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등 수출이 좋은 덕이다. 그러나 내수는 좋지 않다. 그래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더라도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수가 부진하면 한은이 수요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미국 기준금리(연 5.25~5.5%)와 한국 기준금리(연 3.5%)의 격차(2%포인트)가 더 벌어지면서 이미 높아져 있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오르게 된다. 따라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한은이 현재의 긴축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김현국

- 미국 금리는 어떻게 될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조차 갈팡질팡하고 있다. 올해 초 금리를 내리겠다는 신호를 줬다가 이후 물가와 경기 상황이 예상대로 가지 않자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 미국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근원 물가가 잘 잡히지 않고 있다. 주거비와 운송비 등 서비스 물가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내수, 생산, 고용이 모두 좋은 결과다. 서비스 물가는 수요 측면이어서 고금리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때문에 연준이 앞으로 빠르게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 유럽은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내리겠다고 공언한 것은 아니다. 물가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도 전체 소비자 물가는 하락했으나 서비스 물가가 아직 높고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물가 불확실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 달러 강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독단적으로 인하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인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4월 11일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 일본과 중국의 통화 정책은 어떻게 될까?

“일본은 금리를 마이너스에서 0.1%로 소폭 올리는 데 그쳤다. 또 장기 국채 금리도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 금리 수준이 매우 낮고, 올리더라도 아주 천천히 올릴 것이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중국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으로 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중국 외환시장은 자유화 정도가 미흡하고 정부가 환율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금리 인하가 여타 국가나 우리나라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금리 인하로 중국 내수가 살아나면 한국의 수출이 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한국 진출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까?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 조사 대상에 중국 온라인 업체의 판매 가격이 포함되지는 않으므로 공식적인 물가지수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을 싸게 사기 때문에 체감 물가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유통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을 직수입해 싸게 팔면 물가지수에도 영향을 주고 돈이 국내에서 돌기 때문에 내수 경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 업체가 직접 팔면 중국 경제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내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한국의 소매상이나 제조업체들은 상황이 오히려 나빠질 위험이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의 한국 내 저가 공세는 체감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소상공인들의 불황을 가져와 내수 진작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테무의 홈 페이지./뉴시스

-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이유는?

“미국 달러가 강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은 경기도 좋고 금리도 가장 높다. 유럽은 경기가 좋지 않고 국가별 경제 상황도 달라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쓰기 어렵다. 중국과 일본 경제도 국내 사정으로 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접하게 연관된 중국 경제가 좋지 않은 데다 원화가 위안화 및 엔화에 동조화된다는 점이 추가적인 원화 약세(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 향후 기준금리를 전망하면?

“내수가 좋지 않으니 물가 여건이 다소 개선되면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다. 그래도 물가 상승률이 과거처럼 0~1%로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준금리도 예전 수준만큼 낮아질 수 없다. 미국에서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도 올해 하반기에 한두 번, 내년 상반기에 한두 번 내려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가 연 2.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 이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속도가 우리보다 빠를 것이므로 한·미 금리 격차는 지금보다 줄어들겠지만,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지금의 이례적 상황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도 따라서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인하폭은 미국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4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한국은행

-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로서는 미국이 금리를 내릴 여건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서비스 물가 상승률과 취업자 증가 폭이 줄어드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또 금융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파월 의장도 금리를 내리겠다고 했다가 물가가 내려가지 않자 발언을 번복하고 있고 지정학적 위험도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그러니 시장에서 나오는 수많은 속전속결식 금리 인하 전망에 휩쓸리지 말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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