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제조업의 위기

이창희 법무법인 리앤 대표변호사 2024. 4.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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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법무법인 리앤 대표변호사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경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의 위기가 심각하다. 부산울산경남(PK)은 한국에서도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대표적인 지역인데, 일선에서 느껴지는 위기감 역시 상당하다.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한 기업회생 진행을 위해 여의도 소재 증권회사나 사모펀드(PE)들과 미팅을 할 일이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을 운영하는데, 제조업에 대한 시선은 대개 우호적이지 않다. “투자할 회사를 찾고 있지만 제조업은 그 대상이 아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자본을 조달해 성장하게 되고, 자본은 장래성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런데 정책펀드 관계자와 자본마저도 제조업을 외면하니 위기가 가속화 되는 것이다. 기업회생이나 파산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제조업체들의 위기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제조업 현장이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 수가 처음으로 20대를 앞질렀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60세 이상은 전년(2022년) 대비 5만 1000여명(9.3%) 늘어난 59만 9000여 명으로 집계된 반면, 20대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 7000여 명(4.7%) 줄어든 54만 5000명이었다.

산업 현장에서의 고령화 문제 못지않게,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 역시 심각하다. 경남 사천 소재 철근 가공·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회사의 이야기는 구인난을 겪는 제조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A사는 벌써 한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한지 수년이 지났다. 기존 근로자들은 50,60대가 대부분인데 반해 20,30대 청년층은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 A회사의 공장이 창원이나 진주 등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층이 외면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젊은 한국인 근로자의 빈자리는 주로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왔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대폭 인상되었고, 이제는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A사는 상당수 특허를 보유하는 등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파산 신청에 이르게 되었다.

둘째,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많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반’으로, 부울경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이다. 부산(48만1000개사)과 경남(46만6000개사)의 경우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고, 부울경 합산 시 전국 중소기업의 14.1%가 동남권 벨트에 모여 있다. 특히 부울경은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이 발달한 역사를 지닌다. 이 산업들은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의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 구조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이 중견·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주고, 이들을 중심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의 긍정적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기업은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견기업에 손실을 전가하고, 중견기업은 다시 협력 중소기업에 손실을 떠넘기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

대기업의 3,4차 협력업체는 영세한 기업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가 수주와 리베이트 등을 통해 연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기업은 당연히 기술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는 등 회사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당장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영업활동에 치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미래를 저당잡히고 운영하는 회사는 결국 몇 년 버티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된다.


결국,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구구조의 변화로 청년층이 줄어들고 있고, 청년층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린다.

제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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