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호랑이 84%, 천수 못 누리고 ‘요절’하는 이유
서울대공원 시베리아 호랑이 중 84%가 평균수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멸종 위기 1급 야생동물이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서 올해까지 시베리아 호랑이 13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호랑이 평균수명인 15세를 채운 건 2마리다. 나머지 호랑이들은 질병이나 사고로 폐사했다.
가장 최근에 폐사한 건 지난 2018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태백’이다. 6세인 태백이는 지난 19일 폐사했다. 지난 2월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아 진료를 받아온 태백은 이달 초부터 먹이 섭취도 제대로 못 했다. 폐사 나흘 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담도계와 간 기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한다. 서울대공원 측은 “급성 간담도계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사인(死因)은 정밀 조사 중”이라고 했다. 동물원에서 10여 년 근무했던 한 수의사는 “고양잇과 동물은 각종 지방간과 담낭성 간염 등 간 질환을 많이 앓아 폐사한다”며 “활동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동물원이라는 환경에서 비만 동물들은 간 관련 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작년 8월에는 10세 호랑이 ‘수호’가 열사병으로 폐사했다. 심근섬유증과 열사병 합병증으로 추정됐다. 작년 5월에는 한 살짜리 호랑이 ‘파랑’이 고양잇과 동물 전염병인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려 폐사했다. 2022년 7월에는 호랑이사 내실 청소 과정에서 호랑이끼리 싸움이 나 ‘가람’이 폐사했다. 시베리아 호랑이들은 ‘만성간염으로 인한 간부전’ ‘간질성 폐렴’ ‘신부전’ 등의 이유로 평균수명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맹수과 동물 특성상 정기 검진과 치료가 어려웠다고 했다. 병에 걸려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아, 발병을 알아내는 것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호랑이 같은 맹수는 병세를 노출하는 게 죽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질병을 앓아도 티를 내지 않는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최근 폐사한 ‘태백’에게서 발견된 급성 간담도계 질환은 다양한 연령의 고양잇과 동물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하지만 맹수 특성상 지속적인 전신마취와 적극적인 수액 처치가 어려웠다”고 했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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