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자 만난 尹 “여러분 뒷받침못한 부족함 성찰”
22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총선 패배 원인으로 윤 대통령의 소통·통합 노력 부족, 친윤 중심의 지도부 문제 등을 지적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날 오찬에는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최일선 현장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라며 “국회와 민생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여러분들의 지혜가 꼭 필요한 만큼, 여러분들의 고견을 많이 들려달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으로 여러분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제 부족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도 했다.
발언에 나선 의원은 6명이었다.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친윤 중심의 수직적 당정 관계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은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과 연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 결과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굉장히 달랐는데,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의 결과가 이렇다면 좀 다른 방식으로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당 지도부 구성이나 당 운영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4년 전 총선 참패 때도 똑같은 원인이 지적됐는데 결국 변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 아니냐”고 했다.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만 하면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윤 대통령이 말했었는데) 과연 그랬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연 확장 실패를 지적한 의원도 있었다. 부산에서 낙선한 서병수 의원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보니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가른다”며 “당에서 소외되고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함께 끌어안아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서 의원은 “대통령이 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언급을 하지 말고 장관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책임도 장관들이 지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발언 의원 중에서는 ‘우리 지지자들을 자꾸 쪼개고 갈라치고 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했었어야 했다’는 취지로 말한 사람도 있었다”며“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우리 당에서 내보낸 상황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들렸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오늘 같은 자리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해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대통령은 답변이 없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여러분들은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동료들이자 한 팀”이라며 “당정의 역량이 튼튼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현역에서 물러나더라도 정권과 당을 위해 국정 운영에도 힘을 보태달라고 대통령이 덕담을 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총선 참패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질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총선 후 국민의힘 상황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나왔다. 한 참석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이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 “대통령이 정말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처절하게 변화해야겠다는 모습을 보이면 친윤이 저럴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오히려 친윤이 다시 당을 장악하는 걸 바라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참석 의원은 “솔직히 총선 이후 현재까지의 윤 대통령 모습만 보면 향후 어떤 극적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별로 크게 기대가 안 된다”며 “지금껏 원인을 몰라서 총선 결과가 이렇게 된 것도 아니고 말해봤자 입만 아프기 때문에 다들 발언을 별로 안 하는 분위기로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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