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이재명 검찰'

김종구 주필 2024. 4.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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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경험 아닌 목격담’인가
李대표는 ‘100% 가능성’ 강조
검찰 내 친명 세력 여부 관심

“너, 소주병으로 ×××를 확 그냥.” 문 안에서 들려온 험악한 욕이다. 그도 그럴 게 오전 내내 난리였다. ‘김영삼 대통령 동서, 사기혐의 구속’. 수원지검 특수부가 전날 처리한 사건이다. ‘권력의 지시’로 보안 속에 처리했다. 직업 ‘무직’, 혐의 ‘사기’로 위장했다. 겉장에는 어떤 권력 냄새도 없었다. 영장 청구도 기자 없는 휴일을 택했다. 그걸 취재해서 썼고, 세상에 알려졌다. ‘노 부장검사’가 오전 내내 시달린 터다.

노기는 이내 농담으로 바뀌었다. ‘차라리 잘됐어.’ 그러면서 묻는다. “근데, 누가 알려줬어? ○○○?” 아니라고 했다. 1998년 초, YS 말기 때 일이다. 26년 전이니 ‘취재원 보호 시효’가 지났을라나. ‘노 부장검사’의 추측은 맞았다. 내게 알려 준 것은 ‘○○○’이었다. “오늘 치는 구속 영장, 잘 봐라”는 귀띔이었다. 대통령 동서, 청와대 방문, 서울정무부시장 동행, 금품 편취.... 검찰 수사 보안, 깬 이는 안에 있었다.

그 옛날 기억으로 현재를 설명할 순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거기서 ‘술판 논란’이 불거졌다. 진술 조작을 위한 회유였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주장한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검찰이 출정 기록, 관련자 진술로 반박한다. 여론은 정치를 따라간다. 한쪽에선 이화영 거짓말, 다른 쪽에선 검찰 거짓말이란다. ‘진실 공방’ 정도로 해 두자. 어차피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니까.

“100% 사실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논란 초기에 말했다. 이 말이 논란의 비중을 확 키웠다. 당이 대응에 나선 것도 그때부터다. 그가 말의 무게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100% 가능’, ‘교도관 점검’을 던졌다. 당(黨) 행동의 지침이 됐다. 의원들이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로 갔다. 이쯤되면 확신에 가까운 추론이다. 궁금하다. 이화영 진술만으로 이럴 수 있나. 다른 정보라도 있나. 검찰 또는 구치소 정보인가.

이화영 측 진술은 미덥잖다. 여러 번 바뀌고 있다. 술판 장소부터 그렇다. ‘창고’에서 ‘영상 녹화실’로 바뀌었다. 일시도 그렇다. ‘6월30일 직후’에서 ‘6월28일·7월3일·7월5일’로, 다시 ‘7월3일 유력’에서 ‘7월5일’로 변했다. 음주 여부도 바꿨다. 4일에는 ‘마셨다’고 했고, 18일에는 ‘안 마셨다’고 했다. 이렇게 바뀌면 이 대표도 당혹스러울만 하다. 그런데 꿈쩍 않는다. ‘검찰이 말 바꾼다’며 공격한다.

이런 느낌도 있다. 이화영 측 진술을 들으면 경험담이 아닌 목격담 같다. ‘내가 마셨다’(4일)는 경험담이다. ‘김성태가 마셨다’(18일)는 목격담이다. 직접 경험했다면 날짜도 기억하는 게 자연스럽다. 목격담·전언이라면 특정 못할 수 있다. ‘거울 뒤 CCTV’도 이상하다. 이화영 측에서 뒤늦게 꺼냈다. ‘영상 없다’는 검찰 해명에 던진 반박이다. 아주 적절한 시점에 내놨다. 검찰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나간 대선(大選) 일화가 있다. 대장동 파문이 시작되던 때다.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얘기를 꺼냈다. 윤석열 후보가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그게 대장동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한참 뒤, 곡절이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윤석열 대검 중수과장-박영수 변호사-검사 커피’, ‘김만배 작전’ 속에 있었다. 그래서 이번도 궁금하다. 이 대표는 어떤 근거를 갖고 있을까. 있다면 누구에게 받았을까.

‘1998년 ○○○’. 그는 그 뒤에도 그랬다. 수사 정보를 야당 대표 측에 건넸다. 그 보답으로 공천 받아 출마했다. 2024년 검찰은 어떤가. 175석의 거대 민주당이다. 당 대표 운명을 검찰이 쥐고 있다. ‘친명(親明) 검찰’의 유혹이 크다. 검찰이 달라졌다는 증명은 없다. 여전히 미래 권력은 누군가에겐 희망이다. ‘술판 논란’의 결말은 그래서 아직 어렵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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