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거는 인권, 곰팡이 지하방에서 아이들 구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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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주거빈곤 아동이 최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지하, 옥탑방, 쪽방 등 비주택이나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서 생활하는 만 19세 미만 아이들이다.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곰팡이가 피어 있는 집,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 한겨울에도 보일러 작동이 안돼 추위에 떨며 찬물을 써야 하는 집, 누전 등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집....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빈곤 현실은 참혹하다. 이런 곳에 사는 아이들은 집이 무섭다고 한다.
주거빈곤 아동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알레르기와 천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주의력 저하, 감정 기복 등 정서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학업 성취도와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품어줘야 할 집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공간이 됐다. 주거환경이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경 개선과 지원이 절실하다.
경기도의 아동 주거빈곤 가구는 2021년 기준 10만1천657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가구당 비율로 예측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아이들이 미래’라면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는 게 부끄럽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된 아이들을 발굴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거환경은 아동의 신체·인지·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주거빈곤 아동은 우울증, 분노 등 기분장애 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일반 아동의 3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동결핍지수가 높은 나라로 꼽힌다.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출생률을 걱정하며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들의 기초적인 권리인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는 등한시하고 있다. 청년 주거대책에는 힘을 쏟으면서 아동 주거빈곤 문제는 신경을 거의 안 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동 주거빈곤 가구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후 임대주택 배정이나 임대료 지원 때 아동 가구에 우선순위를 두는 등의 대책도 실행해야 한다. 지자체별 주거빈곤 아동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도 중요하다.
국외에선 ‘아동 우선 주택’ 같은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영국 주택법은 주거위기 가구에 거처를 제공할 의무를 지방정부에 두는데, 임신 여성과 19세 미만 아동 가정은 우선 대상이다. 또 영국과 미국은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주택기준을 법제화했다.
정부가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의 비전을 ‘아동이 행복한 나라’로 정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빈곤가구 아이들의 주거환경부터 살펴야 한다. 주거도 인권이다. 곰팡이가 가득한 지하방에서 꿈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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