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남편과 전 남친의 격렬한 랠리, 영화 ‘챌린저스’

백수진 기자 2024. 4. 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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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챌린저스'의 세 남녀. 왼쪽부터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타시(젠데이아), 패트리(조쉬 오코너). /MGM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60번째 레터는 24일 개봉한 영화 ‘챌린저스’입니다. 테니스 선수들의 삼각관계를 그린 스포츠·로맨스 영화로 할리우드 스타 젠데이아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는데요. 52세의 감독이 만들었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신선하고 ‘힙’했습니다. 테니스를 관계와 사랑에 빗대는 이 발칙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뜨겁고 격렬합니다.

주인공인 세 사람의 관계부터 살펴볼까요. 고등학교 시절, 둘도 없는 친구이자 환상의 복식 조로 활약하던 테니스 선수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쉬 오코너)은 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에게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야생의 포식자처럼 포효하며 테니스 코트를 누비는 젠데이아의 카리스마에 저도 두 남자처럼 얼빠진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트와 패트릭은 타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오히려 타시는 두 남자의 사이를 의심합니다. “너희 사이엔 뭐 없었어? 난 가정 파괴범(home wrecker) 되기 싫은데.”

영화 '챌린저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영화는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싸우는 흔한 삼각관계가 아닙니다. 아트와 패트릭의 선을 넘을락 말락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밑에 깔리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리 튀고 저리 튑니다. 13년 뒤, 챌린저급 대회 결승에서 타시의 남편이 된 아트와 그의 코치가 된 타시, 두 사람과 악연으로 얽힌 패트릭이 또 한 번 삼각 구도로 만나면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여름날의 찬란한 영상미로 많은 이들을 울린 구아다니노 감독이 이번엔 화려한 테니스 기술처럼 요란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혼을 쏙 빼놓습니다. 관객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타시가 됐다가, 아트와 패트릭이 됐다가, 급기야 테니스 공이 돼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휘날리는 치맛자락, 군살 하나 없이 미끈한 다리,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육체의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듯한 감각적인 연출은 여전합니다.

영화 '챌린저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테니스 코트를 한순간에 클럽처럼 만들어버리는 테크노 풍의 전자 음악은 시종일관 심장 박동수를 올려놓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소울’로 오스카 음악상을 받은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 콤비가 또 한 번 일을 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클럽에서 춤이라도 한바탕 추고 나온 듯 흥분이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어제자 기사로 영화 홍보에 진심인 젠데이아의 테니스 패션에 대해 썼는데요. “못생겼다”는 기본이고, 인종차별적인 악성 댓글에 제가 다 마음이 아팠답니다. 젠데이아가 이 댓글을 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저 역시 뜬금없는 PC주의 캐스팅엔 회의적이나, 젠데이아는 그 이상의 매력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입니다. 배우는 예쁘고 잘생긴 얼굴 말고도 많은 것으로 이야기하는 직업이잖아요. 인터뷰 몇 개만 찾아봐도 그가 얼마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듄2′의 런던 시사회에서 금속 소재의 바디 슈트에 도전했다가, “옷 안에 열이 갇혀서 10분 만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고 비화를 털어놓은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죠. 난해한 의상도 먼저 제안할 정도로 과감하고, 그걸 또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내는 당당함, “좋지 않은 생각이었다”며 실패를 털털하게 인정하는 ‘쿨함’이 그녀의 매력 아닐까요. 도대체 왜 젠데이아가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분이라면 ‘챌린저스’를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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