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대통령·李 대표 만나는데 의제 정할 필요 있나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영수 회담을 위해 양측이 23일 실무 회동을 했으나 회담 날짜를 잡지 못하고 40여분 만에 헤어졌다. 의제에 대한 양측 입장 차가 컸다고 한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과 해병대 상병 특검법 수용, 야권 추진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엔 통과돼선 안 될 법안도 많은데 어떻게 대국민 사과를 하나. 민주당 추미애 당선자는 24일 김건희 여사 특검도 영수 회담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총선 민심을 강조하며 “채 해병 특검은 영수 회담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의제 싸움에 갇히면 영수 회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영수 회담은 의제보다는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지금은 두 사람이 만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있는 국정 현안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의대 일부 교수들은 당장 25일부터 병원에 나오지 않는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파행 사태부터 구체적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고물가, 고금리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민생 대책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정부와 여야는 다음 달 연금 개혁안 처리를 시도한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동 전쟁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부 두 사람이 만나야 해결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의제들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며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한번 서로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도 “대통령을 만나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의제에 묶이지 않고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만나다 보면 협치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제 조율에 얽매이지 말고 일단 만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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