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춘천의 봄

남궁창성 2024. 4. 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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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춘천을 두 번 찾았다.

모두 물색이 곱고 신록이 짙은 봄이었다.

탁트인 시야로 봄비에 씻긴 신록의 산들이 성큼 다가온다.

201년 전 다산도 즐겼던 춘천의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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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춘천을 두 번 찾았다. 모두 물색이 곱고 신록이 짙은 봄이었다. 1820년 3월은 형 약현과, 1823년 4월은 아들 학연과 동행했다.

1823년 4월15일 새벽. 병풍·휘장·이불을 챙겼다. 붓·벼루·책도 쌌다. 약탕기와 반상기에 죽솥을 갖춰 배를 띄웠다. 날씨는 맑았다. 싱그러운 강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청평에서 첫 밤을 묵었다. 다음 날은 가평 안반촌에서 잤다. 17일 아침 배는 물안개를 헤치며 물살을 거슬러 올랐다. 석지산(山)과 곡갈탄(灘)을 지나자 춘천 서면 당림리다.

마당촌에서 점심을 먹고 현등협(懸燈峽)을 지나 신연에 당도했다. 하루저녁 쉬자는 사공의 말을 물리치고 소양정 아래에 배를 대는데 황혼이 그림같다. 저멀리 우두벌에서 밥짓는 연기가 우두산을 맴돌았다. 3일 동안 봉의산 아랫마을에 머물며 심란한 마음을 달랬다.

20일 물길 대신 말을 타고 길을 나섰다. 용산 문암서원에 짐을 풀었다. 온돌에 장작을 지펴 따뜻했다. 화천을 다녀온 23일 발길을 되돌려 소양정으로 향했다. 배에 몸을 실으니 가랑비가 후둑후둑 떨어졌다. 동심원의 물무늬가 강에 번지고 안개와 구름이 일어나니 자못 그윽했다.

행장을 챙겨 24일 아침 강에 배를 풀었다. 뱃머리에서 바라본 서면의 맑고 고운 모래톱이 햇살에 눈부셨다. 정족탄(灘)에 이르자 배가 흔들렸다. 물속 검은 돌이 바둑돌처럼 반짝였다. 안보리를 지나는데 산기슭에 소나무가 빼곡했다. 나무꾼이 여울을 건너갔다. 대성리를 지나 집에 당도하니 25일이다. 사흘뒤 여행을 정리한 산수일기(汕水日記)를 마쳤다.

지난 일요일 중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았다. 탁트인 시야로 봄비에 씻긴 신록의 산들이 성큼 다가온다. 호수는 높고 푸른 하늘을 닮아 곱디곱다. 자전거길을 따라 애기똥풀의 노오란 꽃들이 손을 흔든다. 강에 발을 담근 버드나무는 탁족의 여유에 조는 듯 흔들린다. 201년 전 다산도 즐겼던 춘천의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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