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71] I’m a synthesis of incompatibilities
“모든 전쟁은 두 번 벌어진다. 첫 번째는 전장에서, 두 번째는 기억 속에서(All wars are fought twice, the first time on the battlefield, the second time in memory).” 베트남전을 기억하는 자의 독백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The Sympathizer∙2024∙사진)’는 베트남전 당시 남북 사이에 복잡하게 끼어있던 스파이의 갈등을 그렸다.
1975년 초 겨울, 사이공의 한 극장. 남베트남 비밀경찰들이 북베트남 여성 간첩을 잡아 무대 중앙에 앉혀 놓고 취조 중이다. 비밀경찰들은 의자에 묶인 이 여성을 구타하며 되묻는다. “연락책이 누구지?(Who was your contact?)” 이 여성은 객석에 앉아 있는 남베트남의 대위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한다. “이름은 ‘베트’, 성은 ‘남’이다!(His first name is “Viet,” last name “Nam”!)”
대위(호아 수안데 분)는 여성이 취조받는 광경에 무력감을 느낀다. 남베트남의 비밀경찰인 그의 진짜 정체는 북베트남의 스파이.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대위는 여러모로 반반인 상태이며 그것이 그의 콤플렉스다. 대위의 멘토인 CIA 요원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말한다. “자넬 자랑스럽게 여겨. 내가 자넬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의 반만이라도(Be proud of yourself. At least half as proud as I am of you).” 대위가 담담하게 답한다. “반쯤 자랑스러운 게 내겐 최대치죠(Half proud is about my maximum).” 그러곤 참혹한 취조 장면을 보며 늘 하는 혼잣말을 머릿속으로 되뇐다. “나는 반반이다. 두 가지 피, 두 가지 언어. 나는 모순의 결합체다(I am half and half. Biracial, bilingual. a synthesis of incompati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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