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휘날린 아일릿, 뉴진스 카피인가? 불붙은 표절 논쟁, 그 끝은

김소민 기자 2024. 4.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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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은 뉴진스의 카피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이런 주장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뉴진스와 같은 음반 기획사 하이브 산하의 신인 아이돌 그룹 아일릿이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의상, 안무 등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특히 민 대표가 제기한 '이미지 카피'가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 자체를 따라 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시비를 따지기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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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의 ‘Attention’ 안무(위쪽 사진)와 걸그룹 아일릿의 ‘My World’의 안무. 일부 케이팝 팬은 지난달 데뷔한 아일릿이 뉴진스의 노래와 안무를 모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아일릿은 뉴진스의 카피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이런 주장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뉴진스와 같은 음반 기획사 하이브 산하의 신인 아이돌 그룹 아일릿이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의상, 안무 등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단순 노래 표절을 넘어 이른바 ‘이미지 카피’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일각에선 민 대표가 경영권 분쟁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했다고 보지만, 창작의 고유성을 어디까지 존중할지 논쟁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 법조계 “‘이미지 카피’, 법적 처분은 어려워”

그간 국내 문화예술계 카피 논란은 법정까지 가기보단 대중의 판단에 맡기는 사례가 많았다. 저작권 침해는 정량적 기준이 없어서 손해배상이나 형사 처벌 등으로 법적 시비를 가리기 어려워서다. 트렌드나 흥행 공식을 쫓았다면 관대하게 넘어가는 분위기도 있었다. 최근 충남 아산시는 ‘성웅 이순신 축제’ 현수막에 이순신 장군의 한쪽 얼굴을 확대한 공모전 수상작을 사용했는데, 영화 ‘명량’의 포스터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수익 목적의 행사가 아닌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법조계에선 특히 민 대표가 제기한 ‘이미지 카피’가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 자체를 따라 했다는 주장이기 때문에 시비를 따지기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뉴진스와 아일릿은 △긴 생머리와 1990년대 말 패션 △허리를 돌린 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안무 △멤버 배치와 시선 처리 등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는 계량하기 어려운 부분인 탓에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를 적용하기 까다롭다.

저작권 전문가인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이미지 메이킹 자체를 창작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모호하다. 사진은 피사체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방식에 따라 권리관계를 다툴 수 있지만, 인물의 표정이나 화장이 비슷하다는 건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법인 화우 홍경호 변호사는 “헤어스타일 등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안무 악보’ 등에 저작권 인정해야”

이 기회에 창작자의 권리를 좀 더 폭넓게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최근 한 댄서가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서 인기곡에 새로운 춤을 입혀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는 등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댄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안무의 독창성이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안무 저작권’ 도입을 위한 한국안무저작권학회가 정식 출범하기도 했다. K-팝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노래의 악보나 바둑의 기보와 달리 안무는 저작권 보호의 사각에 놓였다는 인식에서다. 안무 동선을 지시하는 ‘무보(舞譜)’를 저작물로 인정하고, 이를 따라했다면 안무 저작권에 저촉됐다고 보자는 것이다.

법적 책임 이전에 표절이나 저작권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기존 예술작품을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무한대에 가깝게 생산해내는 시대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만큼 ‘내가 베끼면 다른 사람도 내 걸 베낄 수 있다’는 인식을 나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기태 교수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때 윤리장전에 서명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장치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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