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美·日 `벚꽃동맹`이 가는 길

김광태 2024. 4.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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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콘텐츠국 부장

동북아 안보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이 치열하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던 지난 10일, 미일 양국 관계가 '글로벌 파트너'로 승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 백악관은 뜨거웠다. 만찬장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과 비단잉어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늘 밤, 우리가 계속 그 길을 가기를 맹세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당신들 모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대담하게 가십시오"라고 화답했다. 미국과 일본, 이들은 대체 어떤 길을 가려는 걸까.

기시다 총리가 9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자리였다. 역시 공동성명은 묵직했다. "미일 간 전략적 협력의 새 시대"라는 표현이 24쪽 분량의 팩트시트에 빼곡히 담겼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긴박하게 대응했다. 친중 성향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일 동맹의 역사적 업그레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동맹 보호(protection)'를 넘어 '동맹 투영(projection)' 시대를 열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일본에선 '아시아 파트너 1강'의 위상을 확보했다고 야단이다. 덕분에 형편없던 기시다 내각 지지율도 지난달보다 5.4% 포인트 상승해 26.3%로 올랐다.

미국의 과녁은 오직 하나다. 바로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육상에서, 해상에서 촘촘히 에워싸고 있다.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중국 포위작전의 일환이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 문이 활짝 열렸다. 미국과 일본이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무기 개발에서부터 군대 운용까지 사실상 두 나라 군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됐다. 중국 억제라는 단 하나의 깃발 아래 미일이 보폭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영국·호주의 동맹체인 '오커스' 필러2에 일본의 참여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오커스 필러2는 호주에 핵추진 원자력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달리 AI, 양자컴퓨팅, 사이버안보,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에서 첨단 군사역량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년간 방위비를 50% 늘린 일본은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달성해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 강국으로 도약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으로 당장 일본 자위대 구조 개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1960년 미일 동맹 결성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이행을 책임질 '2+2' 장관급 구조를 양국 두 정상이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미군사령부 권한 조정이나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지휘통제 연계 등 구체적 방안이 몇 달간 논의될 전망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기능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인 '보통국가'로의 승격은 일본의 오랜 꿈이었다. 1945년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다. 이어 일본 헌법에 군대 보유 금지 조항을 넣어 침략전쟁의 싹을 잘라냈다. 방어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지킨다는 뜻의 '자위대'만 두게 했다. 이 때문에 일본 헌법은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일본의 헌법은 1946년 11월 공포돼 현재까지 한 번도 개정한 적이 없다.

일본의 급격한 위상 변화는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서 예상됐다. 미국이 아시아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일본을 중시하면서 일본을 글로벌 파트너로 끌어올렸다. 중국에 대한 미일 양국의 공통의 견제가 맞딱뜨린 결과다. 기시다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일본이 이제는 미국의 지역 파트너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라고 선언했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미국과 일본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 역시 밀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약한 고리로 여기고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신냉전·블록화의 바람이 거세다. 미중 패권경쟁은 날로 격해지고 있다. 한국의 전략은 무엇이 돼야할까. 격상된 미일 동맹에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한국도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꽉 막힌 반일 프레임에 갇힌 정치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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