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 특집]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신뢰 쌓겠다"

황해동 기자,정인선 기자 2024. 4.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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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만능주의 경계… 수단적 존재 역설
국민 권리·인권 보호 최우선 가치 강조
장기미제사건 담당… 재판 지연 해소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
대담= 황해동 디지털뉴스3팀장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법(法)은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규범이다. 만인(萬人)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오는 사회 혼란을 막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없으면 안되는 수단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앞세우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61회 법의 날(4월 25일)을 앞두고 만난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은 "법에도 한계가 있다"며 "수단적인 존재일 뿐, 법이 사람 위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사회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자율성 등이 보장되고, 법이 최소한도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법을 앞세우고 법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실정법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법 만능주의'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법이 일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구적인 존재라는 인식 하에 항상 개방적으로 마음을 열고, 당사자의 주장이나 사회의 흐름에 귀 기울이며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갈등 해결에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는 소신에 이어, 국민의 편에 서기 위해 본분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법원장은 "법원의 역할은 수사기관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게 본질"이라며 "형사 재판에서 불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영장실질심사나 공판중심주의 등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마지막까지 의지할 수 있는 법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법원에 바라는 점 중 하나는 '신속한 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재판 지연'이 사법부의 당면 과제로 떠오르면서, 장기미제사건 등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전국 각급 법원에서 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뛰어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전지법은 올해 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민사소액 장기미제사건 전담재판부를 신설, 민사소액사건 중 접수일이 가장 오래된 최장기 미제사건 60건을 법원장 앞으로 배당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지난 3월 4일부터 민사소액사건 등을 맡으며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 법원장은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법원에 접수된 민사·형사 사건 수가 2022년에 비해 증가했다"며 "대전지방법원의 경우 특히 민사단독, 형사합의, 형사단독 사건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수가 늘면서,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때로부터 첫 재판기일이 열리기까지 소요기간이 증가하고, 이는 곧 재판 지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전자소송이 활성화되면서 제출되는 기록의 양이 많고, 쟁점이 복잡한 난이도 높은 사건도 증가해 심리와 판결문 작성에 필요한 시간이 증가하는 것도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법관·재판연구원 등을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에는 판사 수가 2014년 12월 31일부터 현재까지 3214명으로 규정돼 있으나, 올해 2월 기준 판사 현원은 3109명"이라며 "2027년까지 법관 370명을 순차적으로 증원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판사 업무형태가 유사한 독일, 일본에 비해 법관 1명당 사건수가 비약적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대전지방법원의 경우 사건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고, 비슷한 규모의 다른 법원에 비해 미제사건 수도 많은 편이기 때문에 재판부당 담당 사건수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 법원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를 요구할 수 없기에 법관 1인당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한계가 있다"며 "가장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관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법관이 증원된다면, 재판기일이 지정되는 시일을 단축시켜 보다 신속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관 수를 늘려가는 게 맞지만, 더 바람직한 방향은 사건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 사건의 경우, 엄격한 증거 절차에 따라 재판 수를 줄이고 대부분은 약식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민사 사건도 꼭 대법원까지 가서 끝까지 다투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1심에서 결론이 나면 수긍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법관 처우 개선과 인사이동 최소화, 사무분담 장기화 등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자질과 인품이 훌륭한 법조인이 법관에 지원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여려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우수한 법관이 사직으로 이탈하는 것도 재판지연의 큰 원인이 되고 있어, 법관이 중도에 사직하는 일이 없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법관은 2-4년 주기로 근무지를 옮기고, 한 법원에서도 1-2년 주기로 담당 재판부를 변경한다"며 "잦은 인사이동과 재판업무 변경 역시 재판지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올해부터는 대법원 예규와 각급 법원 내규를 개정해 재판장은 3년, 배석판사는 2년을 한 재판부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며 "근무지 이동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전담팀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판사와 재판부 직원 사이의 팀워크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올해부터 재판부 소통을 위한 TFT를 마련하고, 판사와 재판부 직원간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들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법원의 당면과제로 삼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리= 정인선 기자

김용덕 대전지방법원장은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27기), 판사로 임용된 후 2000년 전주지방법원을 시작으로 대전지방법원, 특허법원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6년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장, 2020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장 등을 역임한 후 올해 2월 대전지방법원장으로 부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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