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세월호 비극 없어야”...‘바다 징비록’ 쓴 김석균 전 해경청장

장윤서 기자 2024. 4.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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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월호 3488일의 기록
김 전 해경청장 회고록

지은이는 책 ‘세월호 3488일의 기록’을 ‘바다의 징비록’이라고 명명했다. 저자인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해경청장)은 이 책의 머릿말에서 “잘못된 부분은 반성하고,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는 차원”이라며 이렇게 책을 소개했다. 징비(懲毖·애써 삼감)란 과거에 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해 삼간다는 의미다.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세월호 참사는 당시 책임 당사자 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문제는 사고 그 자체보다도, 참사 앞에서 둘로 갈라진 정치권과 비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사고 후 대응 등에 있다.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됐지만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미결 상태다.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할 비극 앞에서, 유족 뿐 아니라 당시 당국 책임자들 역시 고통을 겪고 있다. 징비록이라고 명명한 데에는, 아픈 역사에 대한 뼈 아픈 반성과 참회도 담겨 있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추모식이 엄수되고 있다./뉴스1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4월 16일에 앞선 지난 2월 사고 당시 구조의 책임을 맡았던 김 전 해경청장이 ‘구조 실패자’라는 낙인 속에서 지난 몇 년간의 해경 구조과정과 이후 일어난 길에 대한 기록을 담은 ‘세월호 3488일의 기록-바다의 징비록’을 펴냈다.

참사 10주기가 됐지만 사법 처리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고,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해경 구조 실패’와 관련해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간부 10명이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승객 304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보호조치에 미흡한 점은 해경 차원의 문제이고 이들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정도의 업무상과실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은 부록을 제외한 249쪽에 거쳐 세월호 당일, 해경 해체, 수색 종료, 재수사, 재판 등에 대해 상세히 기록했다. 저자는 책에서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해경의 다소 미흡한 초동조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와 전문기관의 조사, 특별조사위원회, 선체조사위원회 조사, 판결문 등을 인용하며 도저히 떠다닐 수 없는 부실한 배가 운항한 것, 과적을 위한 평형수 배출, 고박 불량, 미숙한 운항, 급속한 전복,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한 탈출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이 책에는 당시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전파된 각종 루머와 괴담의 사실 여부도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구조업체 언딘을 투입하기 위해 해군의 잠수를 막았다’, ‘인신공양설, 잠수함 충돌설’ 등과 같은 괴담이다. 김 전 청장은 “잘못된 주장을 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도 당시 분위기에서 해경이나 전문가들이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김 전 청장이 하고 싶은 말은 책의 마지막 장에 담겼다. 그는 한국 사회에 만연된 사고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변질되는 정치화 현상과 사실이 부정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것이 우리가 겪는 혼란과 아픔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원인이나 이후 대처 과정이 한점 의혹없이 규명돼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주의 만능주의 방식 사고 대응이나 ‘여론 잠재우기를’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기소를 하는 행태는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때로 정쟁보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 사실에 주목한 인과관계로 사안을 바라 볼 때, 비로소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그가 책에서 쓴 내용이 책임자의 과실을 덮으려는 일종의 변명이자 해명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는 책의 부록에 ‘변호인 의견서’를 수십페이지나 할애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책이 징비록인지, 당시 사태에 대한 ‘변론서’인지에 대해서는 여론의 의견이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책이 해경의 과실을 변명하거나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주장만을 앞세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일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대해 사죄했다. 김 전 청장은 “바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참담한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세월호 3488일의 기록./법률신문 제공

김석균 지음ㅣ법률신문사ㅣ308쪽ㅣ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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