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직·휴진 앞장선 서울대병원, 공공성 책무는 잊었나

한겨레 2024. 4.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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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수위가 사직과 휴진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달이 되는 25일부터 자동 사직 처리가 되는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그와 무관하게 병원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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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30일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24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담긴 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수위가 사직과 휴진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 의료공백 우려가 큰 상황에서 ‘빅5’ 병원(주요 상급종합병원) 중 한곳이라는 정체성보다는 공공의료기관의 맏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하고 진료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날 총회에서 논의된 ‘주 1회 휴진’ 여부는 추후 방침을 정한다고 한다. 또 비대위 간부 4명은 5월1일부터 “실질적으로 사직”에 들어간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달이 되는 25일부터 자동 사직 처리가 되는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그와 무관하게 병원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4명 모두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라는 점도 밝혔다.

두달 넘게 전공의들이 이탈한 자리를 채우느라 의대 교수들의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의대 교수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으로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비대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연구 논문을 공모하자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간 의대 증원을 중단하자는 데 무게가 실린 제안이다. 이들은 이전에도 ‘해외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제 와서 ‘원점 재논의’를 하자는 것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뿐더러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

서울대병원은 그 어떤 의료기관보다 의료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을 중시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다른 국립대병원을 비롯해 주요 대형 병원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의대 교수들의 사직과 주 1회 휴진 움직임은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울산의대 교수들은 5월3일부터 주 1회 휴진을 결의했고, 다른 대학병원들도 방침을 정했거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5일은 의사단체가 참여를 거부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는 날이자, 의대 교수들이 순차적으로 사직에 나선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사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해선 안 된다.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줄 것을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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