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숨통” vs “혈세 낭비”…‘전 국민 25만원 지급’ 갑론을박

강윤서 기자 2024. 4.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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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단체 “죽어가는 골목상권…소비 독려할 정책 시급”
소비자 단체 “돈 뿌리기, 민생 문제 본질적 해결책 아냐”
전문가 “국가 재정 여건 고려해 선별적 지원해야”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은 죽어간다. 당장이라도 지원이 필요하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대표)

"'돈 뿌리기'는 민생 지원이 아니다. 돈 버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공기업 직장인 A씨)

야당이 쏘아올린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지급 정책을 두고 시민 반응이 엇갈린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메말라가는 골목상권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반색하지만 '혈세 낭비'라는 반발도 거세다. 1인당 25만원, 전체 13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데 비해 정책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선별론' 주장도 나오며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는 '민생회복지원금' 추진 방안을 영수회담 의제로 올릴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야당이 제안한 방식은 지역화폐 형태로 국민 1인당 25만원씩,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취약계층은 10만원씩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총 소요 예산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해석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내수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반감도 교차한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장 매출이 떨어져서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이 이상으로 필요한 정책은 없다"면서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은) 자영업자들이 연명할 수 있게 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 대표는 "과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한해 현금을 지원한 경우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경제적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만 지원금을 받으면 각자 공과금을 내거나 직원들 급여 주고나면 끝이지 소비 효과를 기대긴 어렵다"면서 "매장에 손님이 안 오면 다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호소했다.

반면 일률적인 지원금 지급은 근본적인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물가 상승, 의·정 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 민생 문제를 단순히 돈을 지원해 해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야당이) 이런 이슈들에 대해 지금까지 강 건너 불 구경해 온 상황에서 (지원금 정책 제안은) 국민이 진짜 힘들어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26·남)씨는 "개인의 25만원, 전 국민의 13조원이 모두 소비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일시적으로 내수시장이 활성화할 순 있어도 민생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정치권의 달콤한 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취준생 이아무개(25·여)씨도 "제게 지역화폐 25만원은 특별히 사용할 곳도 없이 버려지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라면서 "민생 지원이 목적인 돈이라면서 결국 세금만 축내는 것 아닌가. (세금을) 이런 데 쓸 바에 저출산 해결 방안을 더 고민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영수회담에서 보다 현실적인 민생 논의가 필요하단 비판도 나온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지원금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서 "현재 고물가 시대에서 1인당 25만원 지급이 (해결책의) 전부인 양 영수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도록 제안하는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자 감세로 세수 펑크가 났고 복지 예산도 축소됐는데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없이 (영수회담에서) 어떻게 민생을 논의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2022년 5월12일 오후 종로구 한 식당 앞에 상인이 식자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선별적 지원이 더 현실적"

일각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데 비해 정책의 효용성이 낮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던 지난 2020년 5월 전 가구에 최소 40만원(1인 가구)에서 최대 100만원(4인 가구 이상)까지 지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는 0.26~0.36배 정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전 국민에 대한 일률적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경기를 일시적으로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추경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다"면서도 "현재 국가 재정 적자와 부채를 고려했을 때 전 국민 지원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적 지원이 정말 시급한 서민, 저소득층에게 선별적으로 돈을 줘야 서민 경제와 국가 재정 모두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원금 지급으로 소비가 증폭되면서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반박했다. 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워낙 심각한 현재 상황에서 지원금으로 (소비 진작 효과가 발생해도) 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현 고물가의 핵심 원인도 수요 증가가 아닌 원가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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