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앞두고 …'채상병 특검' 못박은 이재명
국회의장 후보들도 강경 발언
25일 용산·野 2차 실무협의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내세워 국회 입법 기능을 사실상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립적 국회 운영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기계적 중립은 무의미하다"며 대놓고 야당 중심의 운영을 예고하고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강성 지지층에게 '180석 가지고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이 22대 국회 시작 전부터 초강경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24일 민주당은 '채 해병 특검법'을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세 분 중 두 분이 채 해병 특검에 찬성한다. 채 해병 특검을 반드시 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검을 수용해 국민의 명령을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힘은 '총선 민의'에 따라 국회 의사 일정에 협조해야 한다. 마무리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채 해병 특검법을 비롯해 전세사기 특별법, 이태원 특별법 등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을 안건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면 본회의 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다시 만나 의사 일정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합의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를 앞두고 여야가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지난 2년간의 국회 난맥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야당으로서 총선 압승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아예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기세여서 '정치 마비' 상황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몫인 차기 국회의장직을 노리는 유력 후보들은 대놓고 민주당 중심의 국회 운영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이 되면 탈당해 무소속으로 직에 임한다. 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은 중립 정신에 얽매이지 않고 '명(이재명 대표)심'에 따른 국회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6선으로 국회의장 유력 후보인 추미애 당선인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중립도 아니다"며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도움이 되는 의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한 친명계(친이재명계) 정성호 의원(5선)도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6선)은 한술 더 떠 "의장이 정한 시한 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주요 민생 현안은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조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국회 재의결 요건을 기존 200석에서 180석으로 낮추는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범야권 의석으로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법제사법위원장과 국회의장까지 이 같은 구도로 채운다면 국회의 입법 기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된다. 상임위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을 법사위를 거쳐 국회의장 '프리패스'로 본회의에 상정하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에서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25일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2차 실무회동을 열기로 했다. 이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제안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영수회담에서 '선별 지원'을 전제로 한 민생회복지원금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마약과 같다"고 말할 정도로 보편적 현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대상과 금액 등을 조정해 선별 지원으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실무 협의가 지연되면서 영수회담은 다음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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