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턱에 웬 흙무더기?…비 올 때마다 산간마을에 감도는 공포

김현주 2024. 4. 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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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돌무더기불안한 주민들전북 진안군 백운면 덕태산 끝자락.

마을 한쪽에 쌓여있는 돌과 흙무더기가 집으로 쓸려 내려오진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불안은 땅 주인이 임야를 농지로 개간하겠다며 흙을 쌓아 올렸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은 "흙으로 하천을 막았을 뿐 아니라 도로도 점유했고, 마을 안내판까지 임의로 제거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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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한 산간 마을에 흙무더기가 쌓여있는 모습.


■산 중턱에 돌무더기…불안한 주민들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덕태산 끝자락. 해발 550m 부근에 한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요즘 비만 오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마을 한쪽에 쌓여있는 돌과 흙무더기가 집으로 쓸려 내려오진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흙무더기와 마을은 100~2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마을엔 십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주민 이봉례 씨는 "비만 오면 너무 불안하다. 잠을 못 이루는 주민들도 있다"고 호소합니다.

비가 내리면 토사가 하천물에 함께 쓸려 내려와, 바로 아래에 있는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하천이 오염될 뿐만 아니라 집들도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과도한 성토 작업의 영향으로 마을 주변에 토사가 유출되는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이봉례)


주민들의 불안은 땅 주인이 임야를 농지로 개간하겠다며 흙을 쌓아 올렸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땅 주인은 2022년, 임야를 농지로 개간하겠다며 성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1년 후인 2023년 6월, 진안군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개간 준공 승인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땅 주인은 준공 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2.5m가량 흙을 더 쌓아 올렸습니다. 주민들은 "흙으로 하천을 막았을 뿐 아니라 도로도 점유했고, 마을 안내판까지 임의로 제거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떠넘기기'
하지만 전북 진안군청 공무원들은 서로 자기 관할 업무가 아니라며 일을 떠넘겼습니다.

개간 업무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이미 개간 작업이 끝난 상태에서 추가 성토가 이뤄졌기 때문에 개발 행위 허가를 담당하는 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발 행위 허가를 담당하는 팀에서는 "농지 개간의 후속 조치에 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개간 업무를 담당하는 팀에서 맡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게다가 해당 토지는 국가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 개발행위허가 예외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토지가 '지덕권 산림치유원' 공사 현장에서 나온 흙을 버리는 '사토장'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국가 사업으로 판단되고, 국가 사업은 관련 법에 따라 개발 행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지덕권 산림치유원은 해당 토지와 불과 수십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진안군청 사진 (연합뉴스)


결국, 진안군청은 이달 초에 추가 성토 작업에 대해 원상 복구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원상 복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 진안군청 관계자는 "몇 차례 더 이행 명령을 내린 후, 경찰 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땅 주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흙을 좀 채우는 게 무엇이 잘못됐느냐"라고 반문하면서도 "진안군청에서 하라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더 쌓아 올린 흙, 2.5 미터를 다시 퍼내는 '원상 복구'가 이뤄진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전에, 개간 작업을 한다며 쌓은 흙과 돌만으로도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봄 비가 점점 잦아지는데다 여름 장마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큰 비에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마을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촬영기자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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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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