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지키기 대신 체면 세우기'...클린스만, '손흥민-이강인 상처'에 다시 소금 뿌렸다→한국 문화까지 지적

이현석 2024. 4.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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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아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클린스만 감독, 손흥민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4/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아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강인이 클린스만 감독 말에 집중하고 있다.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5/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결국 위르겐 클린스만 본인의 체면을 지키는 인터뷰였다.

클린스만은 지난 22일 오스트리아 방송 세르부스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과 아시안컵 뒷이야기를 직접 털어 놓았다.

클린스만은 이 과정에서 아시안컵 당시 논란이 됐던 탁구게이트를 직접 언급했다. 지난 아시안컵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로 화제가 됐던 탁구게이트는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영국과 프랑스 언론 등에서 이를 보도할 정도였다.

당시 영국의 더선은 '손흥민이 한국의 충격적인 아시안컵 탈락 전 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여 손가락이 탈구됐다. 소식에 따르면 선수단 중 젊은 선수 일부가 탁구를 하기 위해 저녁을 빨리 먹었고, 주장인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인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흥민이 문제 삼은 후배 중에는 PSG 에이스 이강인도 있었다. 소란이 일어났고, 선수들은 몇 초 동안 식사 장소로 쏟아져 들어왔으며, 이후 흩어졌다. 손흥민은 선수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라며 사건을 보도했었다.

사건이 알려지고 이강인은 사과를 통해 대표팀 선배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팬들에게도 사과문을 남겼다. 손흥민도 주장으로서 이강인의 사과를 바로 받아주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의 역전골이 터지자 이강인이 환호하고 있다. 알와크라(카타르)=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2.02/

이강인은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반성을 다짐했고, 손흥민은 직접 SNS를 통해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 계기로 더 성장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후 두 선수가 각자의 소속팀에서 활약하며 사건이 잊혀질 무렵, 클린스만이 해당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선수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5/

클린스만은 "파리에서 뛰는 젊은 선수(이강인)가 토트넘 주장인 고참(손흥민)에게 무례한 말을 했다. 그걸 마음에 담아둔 나머지 둘이 싸움을 벌였다. 젊은 선수가 손흥민의 손가락을 탈골시켰다. 몇 명이 개입해 말렸다. 이튿 날 대화를 나눴지만, 모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 순간 더 이상 '함께'가 아니라고 느꼈다"라며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 책임져야 했다. 선수들은 다음 대회에 나가야 해서 코치 차례였다. 2년간 한국어를 배워 제한적이지만 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한국 문화에서는 틀렸더라도 나이 많은 쪽이 항상 옳다는 걸 배웠다"라며 한국 문화에 대해 지적과 함께 자신이 책임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수단 관리와 선수들의 갈등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 중 하나인 점을 고려하면, 클린스만은 사건의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났다기보다는 사건의 원인 중 하나였기에 당연히 팀을 떠나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 당시 선수 매니지먼트 능력 만큼은 강점이라고 평가받았던 상황에서 터진 갈등이었기에 그의 무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을 떠난 이후 곧바로 제자였던 선수들의 상처를 언급한 점도 그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귀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2.8/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성적에 대해서도 "아시안컵 4강은 지난 15년 동안의 한국의 최대 성과였다"라며 한국이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을 기록한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클린스만은 그럼에도 자신은 한국에서의 경험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1년은 경험과 배움에서 모두 환상적이었다. 한국이 월드컵 8강에 올라갈 실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계속 일하고 싶었다"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성적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클린스만을 왜 빨리 경질했어야 했는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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