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관료 포진한 우주항공청 수장…산업계 "다소 아쉽다"

박정연 기자 2024. 4. 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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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항공분야 역량 강화를 이끌 우주항공청 첫 수장이 학계에서 낙점된 가운데 우주항공계 일각에서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그간 정부가 주도했던 우주산업 육성 환경의 무게 중심이 민간기업으로 옮겨지는 전환점이 되는 만큼 산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사가 발탁되길 바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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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채용설명회에서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 우주항공분야 역량 강화를 이끌 우주항공청 첫 수장이 학계에서 낙점된 가운데 우주항공계 일각에서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그간 정부가 주도했던 우주산업 육성 환경의 무게 중심이 민간기업으로 옮겨지는 전환점이 되는 만큼 산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사가 발탁되길 바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나머지 간부진 명단에도 산업계 출신 인사는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초대 우주항공청 청장에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내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우주항공 임무본부장에는 존 리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이 내정됐다. 차장에는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내정됐다.

초대 청장으로 내정된 윤 교수는 액체로켓엔진 분야 전문가다. 액체로켓엔진은 우주발사체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 부품이다. 우주발사체 액체로켓엔진 설계 기술은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핵심전략기술 명단에 새롭게 포함되기도 했다. 정부가 주력 분야로 설정한 기술 전문가가 낙점됐다는 분석이다.

우주항공 연구개발(R&D) 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는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발탁된 것으로 여겨진다. 리 전 NASA 수석자문은 2021년까지 NASA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 수석자문으로 근무하며 다수의 우주 프로젝트 운영을 이끌었다. 우주항공청이 '한국판 NASA'를 표방하며 출범한 만큼 해당 기관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인물을 등용했다는 평가다.

차장에 내정된 노 연구개발정책실장은 2013년 첫 번째 한국형 발사체인 나로호 발사 사업을 담당했다. 우주항공청 출범 과정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관여했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정통 관료로 꼽힌다.

이번에 내정이 발표된 간부진 모두 우주 분야에서 탄탄한 이력을 쌓아온 인물들이지만 산업계 출신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초 목표대로 우주항공청이 정부와 민간기업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기업체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사가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우주산업에 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겨냥하기 위해서도 민간 전문가가 수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 우주항공기업 관계자는 "우주항공청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기업이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조율해주는 것인데, 기업 현장에서 직접 어려움을 경험한 인사가 없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주항공기업 관계자는 "학계는 기존 주도권을 지닌 정부와 주도권을 넘겨받을 기업 어느 한 쪽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립적이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이번 인선을 두고 개발과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있는 인물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한 우주항공 관련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국내 우주항공분야 정부 R&D 특징은 실무적인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경제성과 효율성이 핵심인 민간주도 우주산업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기업에서 직접 경험을 쌓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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