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왜 “채상…병 사건을 보면”이라며 말을 멈칫했을까

김동환 2024. 4. 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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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4일 최고위 모두발언서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대통령실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그리고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채상…병 사건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의 ‘채 상병 특검법’ 언급 대목에서 잠시 멈칫했다. 살짝 느려진 발언 템포를 다시 끌어올린 이 대표는 “참으로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이라며 “예정된 수사 결과를 갑자기 취소시키거나, 정당하게 수사를 잘 하고 있는 박정훈 대령에게 집단항명수괴라는 해괴한 죄명을 뒤집어씌워서 심지어 구속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정부를 강하게 때렸다.

정부의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말의 속도를 늦춘 데는 ‘채 상병이 아닌 채 해병으로 부르자’던 자신의 제안과 다른 단어가 발언문에 적혔기 때문으로 보였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진행돼 유튜브에서도 생중계된 ‘당원과의 만남’에서 이 대표는 “검찰 개혁을 신속하게 해주고, ‘김건희 특검’부터 ‘채 상병 특검’”이라며 “아참, ‘채 상병 특검’을 ‘채 해병 특검’으로 불러달라고 그러더라”고 말했었다. “상병이나 병장이나 이병이나 일병이나 계급이 무슨 상관이 있나(라는 이야기)”라면서 이 대표는 “앞으로 우리라도 ‘채 상병’이 아니라 ‘채 해병 사건’으로(하자)”라고 제안했다.

옆에 있던 같은 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맞습니다’라며 동의했고,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거나 각자의 유튜브 등으로 중계하던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네’ 등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망 당시 계급은 일병이고 상병으로 추서됐지만, 계급보다 사건 본질을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해병’으로 부르자는 관련 단체 등의 요구가 민주당에 쇄도했고 이 대표도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고위 모두발언문에는 ‘채 상병 사건을 보면’이라던 이 대표의 현장 발언과 달리 ‘채 해병 사건을 보면, 참으로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의 연속’이라고 적혔다. 발언문에는 ‘국민 세 분 중 두 분이 채 해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거나 ‘채 해병 특검은 반드시 하라, 이것의 국민의 뜻’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 대표의 ‘채 해병으로 부르자’던 제안에도 22~23일 논평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듭 ‘채 상병’을 입에 올렸던 민주당 의원들은 24일에야 ‘채 해병’으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채 해병 특검이 민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의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채 해병 순직 사건 자료 회수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며, “대통령실이 채 해병 사망 사건 축소와 은폐에 전방위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진실을 숨길 수 없다면서, 그는 “이제 필요한 것은 채 해병의 사망 사건과 윗선 개입의 전모를 남김없이 밝혀내기 위한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채 해병 특검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5.2%가 ‘윤석열 대통령이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박 수석대변인은 언급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총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5.2%가 ‘반대’라던 결과를 박 수석대변인은 소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찬성은 23.5%이며, ‘잘 모름’은 11.3%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7%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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