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진 핵심 통로’ 우크라 오체레티네 점령 임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서진을 위한 핵심 지역인 도네츠크주 오체레티네가 함락될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인 호르티치아군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오체레티네) 마을 건물을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방어군을 몰아냈다”고 밝혔다. 다만 호르티치아군은 반격을 가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추가 진격은 억제했다”고 주장했다.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점령 상황을 지도에 표시하는 ‘딥스테이트맵’ 사이트도 24일 오체레티네역을 포함한 마을 대부분 지역을 러시아군이 점령한 것으로 표시했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러시아 국기가 오체레티네의 한 건물 옥상에 게양돼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수 달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이 격전을 벌이던 아우디이우카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오체레티네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이곳 마을을 완전히 함락하면 지뢰밭과 참호가 깔린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우회해 진격할 수 있게 된다. 오체레티네는 우크라이나군 주요 주둔지 포크로우스크에서 불과 30㎞ 떨어져 있기도 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10일간 아우디이우카에서 서쪽으로 5㎞를 진격했으며 러시아군이 지난 21일 오체레티네에 당도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마을을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화학전도 벌이고 있다. 나자르 볼로신 호르티치아군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서 “상황이 어렵다”며 “모스크바군이 우크라이나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화학 독극물을 포함해 사용 가능한 모든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줄줄이 우크라이나 군비 추가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며 우크라이나 군수품 지원이 임박해지자 러시아는 더 공격적으로 진군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도네츠크 남서부 노보미카일리브카 지역도 장악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2차 세계대전 승전일(5월9일)에 맞춰 요충지 차시우 야르를 장악하기 위해 2만여 명의 러시아군을 투입할 계획이다.
2년 넘도록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점점 밀리고 있다. 지난 2월 아우디이우카에서 물러난 우크라이나군은 남쪽 두르나강에 새로운 방어선을 만들려 했지만, 러시아군은 그곳에 폭탄을 떨어트려 벙커를 파괴했다.
서방의 군사 지원이 신속히 재개되더라도 병력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달간 러시아군의 진격 등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한 전선 상황을 고려할 때 “새로운 지원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극적으로 되돌릴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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