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 재산 이렇게 나누거라"…유언장 안 쓰고 '은행' 간다

김남이 기자 2024. 4.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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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은행의 상속 비즈니스가 커지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의 한 종류로 유언장 없이 은행에 재산을 수탁하고, 고객(피상속인) 사후에 미리 정해놓은 수익자(상속인)에게 재산을 안정적으로 분배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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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새 5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잔액 1조 증가...초고령화 사회 진입 앞두고 상속 시장 관심↑
5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수탁 잔액 변화/그래픽=조수아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은행의 상속 비즈니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상속 상품인 '유언대용신탁' 잔액이 1년 만에 1조원 늘었다. 상품 가입 규모가 크고, 상속인까지 고객으로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지난 1분기말 기준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수탁 잔액은 총 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증가했다. 2010년 유언대용신탁 상품이 처음 출시된 후 2022년까지 수탁 잔액이 2조원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1년 사이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유언대용신탁은 신탁계약의 한 종류로 유언장 없이 은행에 재산을 수탁하고, 고객(피상속인) 사후에 미리 정해놓은 수익자(상속인)에게 재산을 안정적으로 분배하는 상품이다. 법적 요건이 까다롭고, 금전은 모든 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 유언장 작성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속 방식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상속인, 상속비율, 상속 재산 시기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상속 재산을 해마다 일정액으로 나눠 준다거나 상속인이 특정 나이가 됐을 때 은행에서 소유권을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신탁계약을 맺을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상속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내년 65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역전한 상태다. 특히 경제 성장기를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화되면서 상속 재산이 크게 늘었다. 2022년 상속 재산은 96조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약 2.7배 증가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일부 상품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이 10억원 이상(부동산, 유가증권 포함)일 정도로 가입 규모가 크고, 계약 기간이 장기간 이뤄진다는 부분에서 은행에 매력적인 상품이다. 또 피상속인 외에 상속인까지 고객으로 잡을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은행에서 다양한 상속 비즈니스를 내놓고 경쟁 중이다.

국내에서는 하나은행이 2010년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하며 유언대용신탁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언장 작성부터 상속 집행, 유산정리까지 관리해주는 '유산정리서비스'를 내놓았다.

'S 라이프 케어'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은 최근 유언대용신탁 관련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계약서(수익자 정보, 상속 비율, 특약 사항), 상속 지급 스케줄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신탁', 우리은행은 '우리내리사랑', 농협은행은 '사랑남김플러스신탁' 등을 운영 중이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초고령화에 따른 상속 시장의 성장성에 금융회사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들어서는 상속 관련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 외에 다양한 상품·서비스 라인업을 확충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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