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보장"…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에 팔 걷은 여가부

안정훈 2024. 4. 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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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출범 2년, 국정과제 성과 돋보여
지난 2년간 피해 영상물 46만 건 삭제 지원
신속 삭제, 일상회복 지원 위한 노력 결실
피해자 상담하고 촬영물 지속적 삭제
수사-법률-의료 지원 연계 등 종합 지원
국정과제 5대 폭력 피해 지원 협업 잘 이뤄져
스토킹 피해자 신변 보호, 심신 회복 도와
올해 피해자 긴급 주거지원 전국으로 확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가족부와 함께 매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여가부는 2018년 4월 산하 기관인 진흥원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열고 피해 촬영물 삭제 지원, 365일 상담,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2023년 9월 미국의 한 불법 사이트에선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의 피해영상물이 대거 재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촬영물이 다시 유포되어 잊혀가던 사건 피해자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100여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영상이 유포됐고, 이들 대부분은 아동과 청소년들이었다.

여성가족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 센터)가 빛을 발했다. 디성 센터는 여가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고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설치한 기관이다. 센터는 신속하게 증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와 공동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불응 사이트에 유포된 게시물들에 대한 삭제를 통지했다. 그 결과 해당 불법 사이트들의 피해 촬영물 총 7508건을 삭제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이 약 3000건에 달했다.

여성가족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디지털 성범죄에 따른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 등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해 현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중점 추진하면서다. 여가부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회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 성범죄’

지난 3월 12일 열린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강화방안 유관기관 간담회에선 부처별로 그간 추진해 온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여성가족부 제공

디지털 성범죄란 디지털 기기와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뜻한다. 상대의 동의 없이 상대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유포 협박·저장·전시하는 행위와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성적 자율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현재 범죄로 규정되는 디지털 성폭력은 성적 목적을 위한 불법 촬영, 성적 촬영을 비동의 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이 있다.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디성센터의 지원을 원하는 피해자들도 매년 덩달아 늘고 있다. 여가부가 발간한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디성센터의 지원받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8983명으로 2022년 7979명보다 12.6% 늘었다. 2018년 1315명이던 피해자는 2019년(2087명), 2020년(4973명), 2021년(695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가부는 △지속적인 ‘삭제지원 시스템’ 고도화 노력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에 대한 선제적 점검을 통한 삭제지원 △수사기관(경찰청, 검찰청)과 협력 강화 △지역특화상담소 확대에 따른 연계 활성화 등을 서비스 지원 건수가 증가 요인으로 분석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확대

지난달 15일엔 디지털 성범죄특화상담소 대표자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특화상담소는 2021년 7곳에서 지난해 14곳으로 늘어나면서 피해자 연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2018년 설치된 디성센터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불법 영상물 등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에 근거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상담, 피해영상물 삭제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종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부터 ‘디지털 성범죄 지역특화상담소’를 운영해 지역 사회 피해자 지원 강화에도 나섰다. 상담소는 심층 상담과 치유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공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성센터에서 지난 2년간 삭제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은 46만 건에 달한다. 매일 같이 600건이 넘는 불법 게시물을 삭제 지원해 온 셈이다. 2023년 △디성센터 상담 지원 △삭제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총지원 건수는 27만5520건으로 2022년 23만4560건 대비 17.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삭제지원 건수는 21만3602건에서 24만5416건으로 14.9% 늘었다.

지난해 디성센터에서 지원한 피해자는 여성이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원한 피해자 중 여성이 74.2%, 남성이 25.8%를 차지했다. 연령대로는 20대 이하 피해자가 두드러졌다. 피해자 중 20대가 50.3%, 10대 24.6%로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익숙한 저연령층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30대 11.9%, 40대 4.0%, 50대 이상 2.5% 등 순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채팅 상대 및 일회성 만남 등 일시적 관계가 3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상 22.9%, 모르는 사람 20.8%, 친밀한 관계 9.7%, 사회적 관계 8.5%, 가족관계 0.3% 등 순이다.

디성센터가 가장 많은 불법 촬영물을 삭제한 플랫폼은 성인사이트다. 전체의 46.7%에 달한다. 이어 검색엔진 29.9%, SNS 14.5%, 커뮤니티 5.1% 순으로 많았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과 수사기관 요청에 의한 영상물 등 당사자나 신고자의 요청 없이도 삭제 지원한 사례는 전체 삭제 건수의 21.6%로 집계됐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삭제 지원 건수는 2023년 3만4860건으로 2022년 3만5725건 대비 2.5% 증가했다. 수사기관과 연계한 신원 미확인의 피해자 지원 건수는 같은 기간 24.6% 증가했다.

개인정보와 함께 유출된 피해영상물의 삭제 건수는 5만7000여건으로 전체 삭제 건수의 23.3%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비 45.3% 늘어난 수치다. 유출된 개인정보 유형은 이름 41.2%, 나이 39.7%, 소속 14.3%, 주소 4.8%, 연락처 0.03% 등이었다.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사항을 검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피해 발생 이후에는 영상물에 대한 신속한 삭제와 함께 피해자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피해자 지원도

서울 소재 스토킹 피해자 보호시설 중 생활실의 모습. 여가부는 스토킹·교제 폭력 피해자 상담·치료, 법률구조 등을 지원하는 시설을 17개 시·도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는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의 신변 보호 및 손상된 심신 회복 등을 통한 신속한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서다. 스토킹 행위 및 스토킹 범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스토킹 피해자의 신변 안전을 위한 개별거주 방식의 주거 공간 제공과 스토킹 피해 특성을 고려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긴급 주거지원 △임대주택 주거지원 △치료회복 프로그램(스토킹 피해 특성을 고려한 단계별 심리지원) 등이 있다.

경찰과도 협업하고 있다. 경찰의 스토킹 피해자 거주지(임시거소 포함) 주변 순찰 강화와 주거지원 시설 내 설치한 스마트 비상벨과 연동하여 경찰 긴급 출동 환경 조성하고 있다. 112와 여성 긴급 전화 1366 간 연계를 통한 초기 지원도 하고있다.

여성가족부는 스토킹 피해자 긴급 주거지원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10개소에서 오는 하반기 17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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