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고교학점제 3편] 학교도 학부모도 모른다…설계 초기부터 소외

진태희 기자 2024. 4. 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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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내년부터 전면도입될 고교학점제가 특수교육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당장 큰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특수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준비가 훨씬 늦었는데요.


애초에 장애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교학점제를 설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지적장애 특수학교의 시간표입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두 번, 선택과목을 골라 수강합니다.


세차나 사무지원, 스마트팜이나 제과 분야 중 자신의 희망 진로에 맞게 선택하는데, 주로 실습 활동을 합니다.


잘만 운영된다면, 개개인의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 교육' 취지와도 잘 맞을 수 있단 기대도 있습니다.


인터뷰: 지적장애 학생 / 특수학교 고등학교 1학년

"마지막 6, 7교시는 비즈공예 수업이 있었어요. (이 수업을 통해) 만들기 같은 디자이너나 그런 거, 비행기 승무원 같은 거를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교육을 뒤바꾸는 파격적 변화에도, 정작 준비는 더뎠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처음 예고했던 2017년 당시, 장애 학생들을 위한 논의는 빠졌습니다.


2018년부터 일반학교에서 연구학교를 운영했던 것과 달리, 특수학교는 그보다 더 늦은 5년 뒤 부랴부랴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 수도 적어서, 지난해 기준 4곳, 전체 특수학교 중 단 2%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먼저 시범 운영했던 특수학교들 역시, 일반 학교 교육과정에만 기대 운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지난해 연구학교의 운영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보니,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일반학교 교육과정을 적용하다보니 맞지 않아 혼란을 겪었다"는 거였습니다.


인터뷰: 홍덕화 팀장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고교학점제연구회

"정책 초기부터 고려를 해야 된다고 분명히 생각을 하고요. 정책을 세울 때 일반 교육이 먼저 시작하고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정책과의 자문을 받아서 교육정책과도 움직이는 게 훨씬 더 타당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또 다른 문제는 학부모들 역시, 고교학점제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연구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설문 조사했더니, 절반 이상이 고교학점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특수교육계에선 지금부터라도, 장애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특수교사노조가 특수교사 약 45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교육 당국에 바라는 지원으로, 늘어나는 선택과목에 대비해 교수 학습 자료를 개발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장애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구체적인 지침과 함께, 학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안내하는 연수가 필요하단 답변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시청각장애 특수학교 교사 

"특수학교도 마찬가지로 강사를 충원하지만 지역 인프라라든지 지역 편차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강사를 충원하는 데 있어서도 현실적인 운영이 어렵습니다. (그러면) 학생들 또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교사의 의견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정책을 실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철저히 소외돼 혼란을 겪는 특수학교에, 지금부터라도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파행은 불가피하단 지적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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