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윤’ 뜨나 했더니 또 ‘친윤’ 강세…이유는?

구민주 기자 2024. 4.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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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원내대표로 이철규 등 뜨자 ‘도로 친윤당’ 우려
‘여소야대’에선 당정 협력 중요? ‘인물난’ 탓도
당대표는 ‘비윤’에 힘 실릴 듯…떠오르는 ‘나-이 연대’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주도할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 등 친윤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4‧10 총선 참패 에도 반성과 쇄신보다는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서 이어지고 있다.

총선 이후 지도부 체제를 두고 혼선을 빚던 국민의힘은 일단 오는 3일 차기 원내대표를 뽑기로 확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관리형 비대위'를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을 추천한 후 물러날 예정이다. 이후 새 비대위원장과 새 원내대표가 6~7월을 목표로 조기 전당대회 준비를 주도할 전망이다.

당 운영의 실권을 쥘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3~4명의 중진 의원들의 실명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핵심 친윤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유력하게 부상하는 모양새다. 경찰 출신인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났지만 이내 4·10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당무에 복귀했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도 몇몇 인사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바도 있다.

이 의원은 전날(23일) 영입인재 당선자들과 조찬회동을 하며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몸풀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벌써부터 표 단속을 위해 당내 인사들과 활발하게 만남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간 이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메신저' 역할을 해온 만큼, 일각에선 그가 원내 사령탑까지 맡게 되면 22대 국회에서도 '수직적 당정관계'를 해소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총선에서 강한 '정권 심판' 여론을 확인했는데도, 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그립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 밖의 원내대표 후보로는 4선 김도읍(부산 강서구)·박대출(진주시갑) 의원을 비롯해, 3선 송언석(김천시)‧추경호(대구 달성군)‧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들 역시 모두 '친윤'으로 분류된다. 총선 참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친윤 주류 세력이 다시 당권을 쥐려는 모습이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당선인이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 친윤당' 희석 위해 당 대표는 비윤으로?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 선거가 '친윤 일색'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단 연이은 총선 참패 탓에, 친윤 색채가 옅은 '수도권' 출신의 '중진' 인사가 손에 꼽힌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있는 이들도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어 원내대표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역대급 여소야대' 정국에 의식할 수 없었다는 목소리도 당내 친윤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을 향한 거센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거대 야당에 맞서기 위해선 당‧정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통령실과 소통을 원활히 하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친윤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철규 의원 등 하마평에 오른 친윤 주자들이 과연 야당과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친윤계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친윤 핵심인사로 여야 협치를 이루겠다는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당선인은 이날 시사저널에 "총선 패배에 앞장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이들이 다시 당을 주도하려는 모습을 합리적 중도‧보수 국민들이 어떻게 보시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안타깝지만 여당은 야당과의 협치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계파색이 옅은 부드럽고 합리적인 리더를 내세워 영리하게 취할 걸 취해야 하는데, 거론되는 원내대표 후보군 면면을 보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만약 친윤 원내대표가 선출될 경우, 이후 치러질 당 대표 선출에선 상대적으로 '비윤' 후보가 당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 친윤당'이라는 안팎의 비판을 희석시키고 당내 권력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현재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안철수·윤상현 등 수도권·비윤계 중진들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당 대표 나경원-원내대표 이철규를 뜻하는 이른바 '나-이 연대설'이 거론되고 있다. 한 친윤계 당선인은 "친윤색이 강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이철규 의원이 나경원 의원과 연대할 경우, 서로의 약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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