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 55% “RE100 몰라”···대응 못해 거래 중단도 고려
국내 수출기업이 BMW,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수출 실적 100만달러 이상 제조기업 61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출기업 2곳 중 1곳(54.8%)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모른다고 답했다. RE100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대기업(62.5%), 중견기업(49.6%), 중소기업(39.2%)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RE100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저조한 것과 달리, 이행 요구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16.7%(103개사)는 국내외 거래업체로 RE100 이행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1.7%는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RE100이 당면 과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대응에 어려움을 느꼈다. 거래처로부터 RE100 이행 요구를 받았을 때 중소기업의 68.3%는 RE100을 이행하겠다고 답했지만, 다른 거래처를 물색(13.4%)하거나 해외 등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을 고려하겠다(9.5%)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요구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3.6%)고 답한 기업도 있었다.
반면 대기업은 80%가 RE100을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답한 대기업은 없었다. 무협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수출액 500만달러 미만의 중소기업인 만큼 이들 업체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출기업의 14.6%는 RE100을 이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행 수단으로는 자가발전(49.4%), 녹색 프리미엄(23.6%),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18.0%) 순이었다.
수출 제조기업들은 RE100을 이행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을 꼽았다. 이에 따라 RE100 대응 지원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지원’을 택한 기업이 29.2%로 가장 많았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16.4%)와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5.7%)가 그 뒤를 이었다.
장현숙 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 재생에너지 사용과 정보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 및 탄소 배출량 관리가 수출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부담 완화, 대출 및 보증 지원, 대출 상환·이자 납부 유예,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 상향 등의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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