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정해놓고 의견수렴?’…대전 마트 휴업일 변경 추진에 ‘불통행정’ 지적
대전시가 현재 일요일로 돼 있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견 수렴 단계라지만 사실상 정부 방침에 맞춰 결론을 내놓고 마트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의 의무 휴업일을 기존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과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지정·변경은 자치구 소관이지만, 5개 자치구의 요청으로 대전시에서 선행 절차를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전시는 이달 들어 전통시장과 상점가, 마트협동조합, 대전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왔다. 향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와 이해당사자 업무협약 등을 거쳐 휴업일 변경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마트 휴업일 변경은 정부 방침에 따라 사실상 결정된 사안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월22일 국무조정실이 주관한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 공휴일 지정 규정을 삭제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가 이미 휴업일 변경을 결정했다.
대전시 의견 수렴 과정도 휴업일 변경 수순밟기 내지는 명분쌓기로 보인다. 대전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상권 매출 하락을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규제개선 효과와 취지에 공감했으며, 중소유통을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해당사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의견을 청취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견 수렴이 휴업일 변경을 전제로 한 상생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결론을 정해 놓고 의견을 정취하는 ‘불통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이 묵살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대전·세종·충청지부는 지난달 대전시에 휴업일 변경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휴업일이 변경되면 마트 노동자들은 그나마 월 2회 주어지던 일요일 휴무가 없어진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은 성명을 통해 “대전시가 의견 수렴 중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정부 공약을 쫓아 평일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구색 맞추기식 의견 수렴을 그만두고 마트 노동자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시는 직접적 당사자인 마트 노동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며 “이는 휴업일 전환 시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필요하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휴업일 전환 논의는 온라인 쇼핑 증가 등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대형마트 존폐 위기와 증가하는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 시민 편의와도 관련이 있다”며 “아직은 절차에 따른 의견 수렴이 중요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합의가 이뤄져야 확정·추진이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마트 노동자는 이해당사자라기보다는 이해관계자로 제도 변경에 따른 대책은 사업주와 협의할 사안”이라며 “관내 대형마트가 계속 문을 닫는 상황이 이어지면 아예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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