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후 14일, 여전한 ‘한동훈의 존재감’

박성의 기자 2024. 4. 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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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집중…포털 검색량 ‘이재명’ 상회
유명세와 비례하지 않는 당세에…당권·대권까지 ‘가시밭길’ 전망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22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지 14일,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패장'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쏠려있다.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거절한 내막, 한 전 위원장의 당권과 대권 도전 여부 등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다. 총선 전에도, 후에도 '셀럽'(유명인)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전 위원장의 이례적 존재감에 여야 모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황교안과 다르다? 일거수일투족 관심사

통상 총선에서 패한 당의 수장은 '정치적 내리막 길'을 걸었다. 과거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각각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적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이들은 원외에 머물면서 대권 가도에서 멀어졌다.

한동훈 전 위원장 역시 '김무성‧황교안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사실상 '총선 원톱'으로 나선 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최소 기대치(120~130석)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명운이 다했다는 비관론이 제기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책임이 제일 크지만, 원톱 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용산(대통령실)에도 각종 요구를 한 한동훈 위원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참패한 만큼 한 위원장은 시련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민 컨설턴트는 "구원투수를 투입했는데도 120석도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려놨다. 이후 칩거하면서 외부 활동을 모두 차단했다. 여기까지는 총선 후 잊혀진 김무성‧황교안 전 대표의 선례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이 여의도를 떠난 뒤에도 정계의 시선은 여전히 '한동훈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이 '검찰 선배'이자 '살아있는 권력'인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전 위원장의 속내를 두고 정치권 내 갑론을박이 이는 모습이다. 친윤계 복심 한 전 위원장이 '비윤'의 길을 걸을 시 여권 내 권력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회동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전 위원장의 행보를 "배신"으로 규정했는데, 홍 시장이 사실상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후 한 전 위원장이 SNS에 남긴 글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 전 위원장은 20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총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 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직접 자신을 겨냥한 '배신자론'에 맞불을 놓자, 다시금 정계의 시선이 한 전 위원장에게 쏠렸다.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관심은 비단 정치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동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숫자로 증명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최다 검색량 100 기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이재명(이)'과 '한동훈(한)'의 검색량은 ▲17일 이 62, 한 70 ▲18일 이 44, 한 64 ▲19일 이 64, 한 52 ▲20일 이 43, 한 47 ▲21일 이 34, 한 100 ▲22일 이 49, 한 75 ▲23일 이 40, 한 50으로 나타났다. 승자인 이 대표보다 패자인 한 전 위원장의 언행이 더 큰 파장, 더 큰 관심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부족한 세'는 약점…당권‧대권까지 가시밭길

총선 후 한 전 위원장의 유명세를 두고 여야의 의견은 분분하다. 긍‧부정 의견은 갈리지만, 공통적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낭중지추"(주머니 속 송곳)로 한 전 위원장을 비유하며 "언젠가 국민이 불러주는 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한 당선자는 "한 전 위원장이 통상 '보통의 인물'은 아니라는 것에는 여야 모두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다고 그 드라마가 훌륭한 드라마라고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 전 위원장의 꺼지지 않는 존재감에,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지방선거 출마 ▲대권 도전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다만 재기 시점과 방법, 성공 가능성을 두고는 여권 내 의견이 갈린다.

특히 윤 대통령과 거리를 벌린 한 전 위원장의 선택이 변수가 된 모습이다. 총선이 여당의 패배로 끝났으나 친윤계의 위세는 여전하다. 최근 여권 내에선 '나경원 당대표-이철규 원내대표' 설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철규 의원은 총선을 거치며 한 전 위원장과 '견원지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위원장이 정치권으로 돌아온다면 이 의원 및 친윤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그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비상대책위원들 대부분이 원외로 밀려났다. 당내 세가 적은 그가, 당에서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김건희 특검법' 등을 부정했던 한 전 위원장이 중도층의 마음을 포섭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한 전 위원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교수는 "한 위원장은 여당에도 대통령실에도 자기 세력이 없다"며 "야권이 어떻게 해서든 수사 추진에 나설 텐데 자신을 보호할 친한파 세력이 없는 만큼 한동안 특검법 공세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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