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발 상장폐지 속속 … 밸류업에 악영향 끼치나
2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오스템임플란트(MBK·UCK), 루트로닉·쌍용C&E(한앤컴퍼니), 락앤락(어피너티) 등은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공개매수를 통해 주가를 사들인 뒤 상장폐지 했거나 상장폐지 작업에 들어갔다. SK그룹이 주식을 사들인 뒤 상장폐지한 SK렌트타도 홍콩계 사모펀든이 어피너티가 현재 8500억원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가 상장사를 인수한 후 상장폐지에 나서는 이유는 기업 본연의 가치를 제고하는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상장사의 경우 경영상 주요 결정사항 및 정보를 공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비상장으로 전환되면 이 같은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영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기업 밸류업이 가능한 것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은 주가가 회사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서 변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에 반해 비상장사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기업을 밸류업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공식적인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전세계적인 트랜드다.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상장폐지 혹은 비상장으로 남아 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가 일본 투자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즈’(JIP)에 인수된 뒤 상장폐지됐다. 최근 도시바는 2015년 이후 최대 규모인 5000명의 인력 감축안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상장 흐름이 FT 기사 제목과 같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밸류업을 할만한 기업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S&P 500 지수가 우상향한 이유는 주기적으로 ‘수익이 높은 괜찮은 기업’이 지수에 편입되기 때문인데, 비상장(Private)으로 계속 남아 있으려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지수에 편입될만한 좋은 기업이 줄게 된다.
다시 말하면, 현재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증시 부양에 나서고 있는데, 좋은 기업들이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가 늘어날수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코스피 주요 기업만을 모아서 밸류업 지수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미 성숙한 이들 기업을 가지고 지수를 만들면 얼마나 그 지수가 상승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코스닥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IPO를 준비 중인 기업을 모아 밸류업 지수를 만들어야, 증시도 살고 밸류업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반론도 나온다.
‘3조 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최근 IPO를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는 등 한국 증시엔 끊임없이 신규 기업이 들어오고 있다는게 그 이유다. 오히려 국내 증시는 ‘좋은 기업’의 상장폐지 보다는 ‘좀비 기업’을 솎아내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종합적으로 보면, 당국 입장에선 수익이 나지 않은 좀비기업들을 지수에서 퇴출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좋은 기업들이 주식시장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 선에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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