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고통받는 유족 많아"…'우순경 사건' 희생자 26일 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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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첫 위령제를 지내게 돼 그나마 한이 풀리지만, 아직 그날 일로 고통받는 유족들이 많습니다."
'우순경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구성한 '의령 4·26유족회' 류영환(64) 대표는 24일 격양된 어조로 이같이 전했다.
참혹한 광경을 뒤로한 채 당시 류 대표는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황급히 갔지만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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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 부실 대응, 보도 통제로 '잊힌 사건' 돼…유족회 "지원 절실"
(의령=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42년 만에 첫 위령제를 지내게 돼 그나마 한이 풀리지만, 아직 그날 일로 고통받는 유족들이 많습니다."
'우순경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구성한 '의령 4·26유족회' 류영환(64) 대표는 24일 격양된 어조로 이같이 전했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 우범곤 순경이 총기와 실탄 등을 탈취해 궁류면 일대 주민 56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30여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다.
주민 수십명이 희생됐지만, 당시 정권은 보도를 통제하면서까지 이 사건을 덮었다.
지금껏 추모행사도 한번 열지 못하다가 궁류면 평촌리에 희생자 위령탑이 제막되는 오는 26일 의령군 주최로 첫 위령제를 지낸다.
당시 20대였던 류 대표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날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류 대표는 우순경 사건으로 어머니와 스무살짜리 여동생을 잃었다.
류 대표는 "친구들과 놀다 총성을 듣고 무장 공비가 나타난 줄 알고 보리밭에 숨었다가 총성이 잠잠해진 틈을 타 운계리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미 총에 맞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참혹한 광경을 뒤로한 채 당시 류 대표는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황급히 갔지만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궁류지서장과 경찰 관계자가 차를 타고 창녕 부곡 온천에 목욕하고 동네로 돌아온 걸 목격했다.
류 대표는 "주민 수십명이 우순경 손에 죽었지만, 경찰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지서장이라는 사람은 그 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였다"고 분개했다.
이어 "사건 직후 전두환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지역에 왔지만, 유족 3명만 만나고 고작 5분 정도 머무른 후에 돌아갔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피해 보상도 없이 '잊힌 사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족회는 현재 생존한 희생자 유족을 150여명으로 추산한다.
유족 대부분은 그날의 참상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유족회에 이름을 올리는 걸 거부하고 있다고 유족회는 전했다.
류 대표는 "이 유족회도 올해 초에 겨우 구성된 것"이라면서 "아직 주민들은 그날 후유증으로 힘겹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다리에 총상을 입은 한 60대 주민은 매일 진통제를 10알 넘게 먹으며 90대 노모와 지옥 같은 삶을 보내고 있다"며 "큰 보상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들을 위해서라도 작은 지원이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령군은 앞서 이 사건으로 희생된 주민과 유족 한을 달래기 위해 추모 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2월 오태완 의령군수가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와 면담하면서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인데 그런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며 "그래서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면서 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됐다.
아직 공원은 조성 중이지만 오는 26일 공원 부지 내 먼저 건립된 위령탑에서 하루빨리 추모행사를 하기를 소망하는 주민과 유족 뜻에 따라 첫 위령제가 열린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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