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법' 공방…"박종철도 유공자" vs "깜깜이 심사"
민주 "형확정자 제외, 교육·취업·대출 삭제…의료지원 정도"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4·10 총선 압승 후 '제2의 양곡관리법'에 이은 두 번째 민주당의 단독 직회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23일 전체 회의를 열고 민주유공자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정원 24명인 정무위 위원 중 야당 위원 15명이 참석해 모두 '가결'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한 1964년 3월 이후 민주화 운동의 사망·부상자, 가족 또는 유족을 예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논란이 됐던 원안의 교육·취업·대출까지 지원하는 내용은 삭제됐지만 여전히 대상자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예우받아서는 안 되는 '가짜 유공자'를 걸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대표적인 예로 반국가단체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 경찰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의대 사건 관련자까지도 유공자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해당 법안을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관계자 간 대립으로 숙의가 필요한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직회부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주의 원칙을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유공자법은 민주당이 국가보훈부에 별도 위원회를 두면 된다고 하지만 민주유공자 심사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명단이나 공적 사안이 모두 깜깜이인 상태에서 어떻게 심사하느냐"며 "이미 민주화보상법에 의해 1169억원의 보상이 이뤄진 이들을 또 유공자로 예우하자는 것은 기존 국가 유공자나 독립 유공자, 유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꼬집었다.
국가보훈부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인정기준과 범위가 규정되지 않은 채, 23일 민주유공자법안의 본회의 부의가 의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법률상 민주유공자 인정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범위도 없이 보훈부에서 자체적으로 심사기준을 정해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경우 민주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분들의 극심한 반발 및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야당은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비롯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해 '민주화보상법'을 만들어 보상했지만 이분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규정하고 일회성 보상과 복직, 사면 조치 정도만 했을 뿐 온전한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못했다"며 대상자와 관련된 논란은 모두 제거했다고 반박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야당 위원들은 "대상자와 관련해 국가보안법과 형법상 살인죄, 내란죄, 미성년자 약취 및 유인 등으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제외되도록 했다"며 "민주유공자로 인정되는 여부는 필요시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원내용 또한 대상자와 그 유가족들에 대해서 의료지원과 진료 및 요양지원 등만 규정했다"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긴 부상이나 질병 등 사후적 영향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취업·금융지원 내용을 모두 적용하지 않아 여당이 제기한 특혜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라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민주유공자법은 20여년 동안 논의해 왔던 내용이고 유공자에 대한 의료지원 정도와 민주유공자임을 인정해달라는 게 포함돼 있다"며 "여당이 프레임에 있어서 호도하는 면이 있는데 내용을 보면 왜 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열리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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