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전직 광부들에게 산재승인 인색논란?

홍춘봉 기자(=태백·삼척) 2024. 4. 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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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소음성 난청·COPD 80% 이상 불승인

작업환경이 열악한 탄광에서 수십년 이상 근무한 전직 광부들의 산재보험 요양승인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근로복지공단 태백지사에 따르면 폐광과 산재요양제도 개편이후 근골격계질환(근육과 뼈에 생긴 이상증상),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소음성 난청 등에 대한 산재보험 요양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태백시 장성동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최근 수년째 전직 광부들에게 대한 산재보험 요양 승인이 지나치게 낮아지고 있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레시안

과거 태백지역은 탄광도시 특성상 갱도붕락 등 탄광사고와 직업병인 진폐 관련, 요양신청이 많았으나 30여년에 걸친 폐광이후 이직자들은 작업환경 특성상 근골격계질환 등 질병성 질환이 요양신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태백지사에 근골격계질환 800여건, 난청과 COPD도 연간 500여건을 신청해 예년의 3배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요양신청서에 질병성 질환과 업무상재해 연관성 확인을 위한 대학병원의 소견서(MRI촬영 판독 등)등을 첨부해 제출해도 요양승인비율은 극히 저조해 당사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폐광이직자 단체 등에 따르면 산재요양 승인비율은 소음성 난청과 COPD가 무려 80% 이상이고 근골격계질환도 절반 이상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 요양승인의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더구나 과거 요양승인까지 4개월이 소요됐으나 수년 전부터 근골격계질환은 동해병원에서 1박2일 특진, 소음성 난청과 COPD는 태백병원 특진을 실시하면서 승인기간이 1년 3개월로 11개월 이상 지연되는 점도 환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지난 2월 고용노동부장관이 일부지역의 사례를 들어 ‘산재보험 카르텔’을 발표한 뒤 산재보험 승인이 더 어려워지고 요양기간까지 단축되는 등 환자들에게 불이익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채탄작업 중인 광부의 모습. ⓒ전재훈

남해득 폐광근로자협의회 회장은 “비좁고 열악한 탄광에서 수십년 이상 일한 전직 광부들은 호흡곤란은 기본이고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라며 “대학병원의 업무상질병 소견에도 불승인을 남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부의 산재카르텔 발표 이후 산재요양 승인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과 요양기간이 단축되는 것도 문제”라며 “최근 산재요양신청자를 조사하면서 마치 부정수급자처럼 강압적으로 조사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보탄광출신의 A씨는 “근골격계질환 요양신청을 위해 대학병원에서 500만원을 들여 정밀촬영을 하고 산재지정 의료기관에서 소음성 난청여부를 측정했는데 특진 요구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원거리 이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선배들의 산재요양 사례를 보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요양제도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노동부의 산재카르텔 발표이후 산재승인마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질병성 질환에 대한 승인은 전문의들이 참여하는 서울 판정심의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지사는 아무 권한이 없다”며 “모든 재해는 업무연관성을 감안해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당한 산재환자는 불이익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고 산재브로커를 통한 경우는 이와 다르다”며 “워낙 많은 요양신청이 접수되고 상급 의료기관에 특진으로 확인하는 절차 때문에 승인까지 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6일 '산재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발표를 통해 노동부의 ‘산재브로커 카르텔’ 발표이후 산재환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의 실태조사결과 응답자의 71.4%가 향후 근로복지공단 산재판정과 요양 및 치료 등 산재보상 결정에 있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36.1%는 특정감사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산재판정 및 결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부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산재 카르텔 집단으로 특정하고 실시한 특정감사로 인해 산재 노동자들까지 하루 아침에 산재에 대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등 악순환이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홍춘봉 기자(=태백·삼척)(casino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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