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곳간 빨간불: 尹의 감세 '위험한 부메랑' [視리즈]

강서구 기자 2024. 4. 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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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리즈 세수 결손의 늪➊
2023년 역대 최대 세수 결손
국가채무 사상 최고치 경신
GDP 대비 국가채무 50.4%
예산 대비 56조원 덜 걷힌 세금
빗나간 정부의 낙수효과 기대

#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감세다. 기업과 가계의 세부담을 낮추면 투자나 소비로 이어져 경제의 밑단에 활력이 감돌 것으로 봤던 거다. 많은 이들이 '감세의 경제학'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윤 정부는 귀를 닫았다.

# 그렇게 2년여가 흐른 지금, 정부의 전략은 통하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하란 혜택을 받은 대기업은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고소득층도 지갑을 시원하게 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세금만 덜 걷혀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애먼 근로자만 더 많은 세금을 냈다. 정부의 감세정책,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금이라도 감세책에 제동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 곳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재정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정부가 심의·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1126조7000억원으로 전년(1067조4000억원) 대비 59조3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50%대(50.4%)를 돌파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유는 세금이 덜 걷혀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국세수입+세외수입)은 497조원으로 예산(534조원) 대비 37조원 감소했다. 특히 총세입 중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400조5000억원이었던 예산보다 56조4000억원 감소했다. 국세수입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얘기다.

세수부족을 불러일으킨 건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다. 윤 정부는 2022년 법인세를 과세표준 전 구간별로 1%포인트씩 인하했다. 부동산 소유자의 과도한 세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1주택자 11억원→12억원·다주택자 6억원→9억원)을 상향했고, 다주택자에게 중과하는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정부가 노린 건 낙수효과落水效果였다. 법인세 부담을 덜어낸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하면 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GDP 성장률은 1.4%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0.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투자가 늘어났는지도 의문이다. 법인세 인하에도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쌓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감세정책의 수혜는 부자들에게 쏠렸다. 이는 지난해 세목별 국세수입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세수입 중 2022년 실적 대비 가장 많이 줄어든 세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32.4%)와 법인세(22.4%)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3년 종부세는 2022년보다 2조2024억원 줄어든 4조5965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법인세도 같은 기간 103조5704억원에서 80조4195억원으로 23조1509억원 감소했다.

16개 세목별 국세수입 중 더 걷힌 세금은 근로소득세(57조4418억원→59조1442억원)와 늘어난 상속증여세(14조5940억원→14조6341억원), 교육세(4조6444억원→5조1516억원)밖에 없었다. 상속증여세를 제외하면 사실상 서민의 세부담만 커진 셈이다. 윤 정부의 감세정책을 향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 교육세에서 비중이 높은 것은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교육세법에 따르면, 은행·보험사 등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총 이자 수입의 0.5%를 교육세로 납부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를 대출금리에 산정해 고객에게 부담을 넘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윤 정부의 감세정책은 정말 괜찮은 걸까. 법인세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낙수효과를 노리고 법인세를 낮췄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발표한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 세계적 관점' 보고서를 통해 "낙수효과는 없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같은 해 발표한 'Better Policy Korea' 보고서에서 "재벌 기업집단이 주도하는 수출은 예전처럼 낙수효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사례만 있는 것도 아니다. 2008년 25.0%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0%로 낮춘 MB정부의 사례도 낙수효과의 민낯을 보여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표한 'MB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아낀 세금은 26조7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5~2008년 33조5000억원을 기록했던 기업의 투자(설비투자·건설투자)는 2009~2012년 23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의 기대대로 법인세가 늘어나기 위해선 기업의 실적이 개선돼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대내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 확전 가능성, 치솟는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중인 기준금리 등 해결하기 힘든 문제점도 숱하다.

깊은 침체에 빠졌던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것만으로 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이어가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참고: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도 투자를 줄인 곳은 27개에 달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14개 기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지만 투자를 줄였다. 이 이야기는 파트1에서 자세히 분석했다.]

종부세 인하로 대표되는 부자감세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자들은 통상 아낀 세금을 소비에 사용하지 않아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층에 해당하는 소득분위 5분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1분기 512만5129원에서 4분기 491만1511원으로 4.1% 감소했다. 정부의 감세정책에도 지갑을 열지 않았단 방증이다.

문제는 재정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목표대로 세수가 걷히더라도 통합재정 수지는 42조원 적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재정건정성이 악화할 게 뻔한 상황에서 더 걷힐지 덜 걷힐지 모르는 세수를 걱정하는 건 어찌 보면 한가한 우려"라고 꼬집었다.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감세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그럼 재정 적자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의 감세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포퓰리즘식 감세 공약과 정책을 철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증세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추가 감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과거에 했던 감세 중 일부는 되돌릴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인 것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공시지가 정상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상황에선 정부지출을 늘리는 게 더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시장 경제가 침체하면 정부가 들어가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며 "늘어난 정부 지출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세수도 더 걷힐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 지출 증가율은 2.8%로 지난해(5.1%)보다도 크게 낮아졌다. 윤 정부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재정 적자 사태, 정부는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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