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악마와 싸우는 줄리엣, 별난 로미오를 기대하라”

백승찬 기자 2024. 4. 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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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 매슈 본 인터뷰
‘로미오와 줄리엣’ 다음달 8~19일 LG아트센터 서울
매슈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Johan Persson·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로 꼽히는 매슈 본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언젠가는 해야 하거나 하게 될 작품”이었다. 본은 오랜 시간 작업을 미뤄왔다. “오페라, 발레, 영화, 연극 등 여러 면으로 수차례 다뤄졌기 때문”이었다.

본은 어떻게 난국을 타개했을까. 그는 “해답은 간단했다. 모든 부문에서 젊은 무용수와 젊은 창작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년의 궁극적인 첫사랑을 그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재능과 시각에서 영감을 얻어야 했습니다. 제 <로미오와 줄리엣>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대에 관한 작품입니다.”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인 올리비에 어워드 역대 최다 수상자(9회)인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한국을 찾는다. 본은 근육질 남성 백조가 등장하는 <백조의 호수>, 뱀파이어 이야기로 변주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오페라 <카르멘>을 자동차정비소 배경으로 바꾼 <카 맨> 등으로 비평가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아왔다. 본 작품의 한국 공연은 5년 만이다. 본은 e메일 인터뷰에서 “현대 관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 나는 항상 이야기를 새롭게 말하는 법을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파격이다. 새하얀 타일 벽 안에서 경비원이 삼엄하게 감시중인 청소년 교화시설 ‘베로나 인스티튜트’가 배경이다.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이어나간다.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성정체성 등 오늘날 청소년의 고민과 문제를 녹였다. 본은 2018년 영국 전역에서 만 16~19세 무용수를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열어 단원을 뽑았다.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와 협업해 더욱 역동적인 안무를 만들었다. 본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종종 너무 나이든 무용수를 캐스팅한다”며 “나는 청년들과 일하면서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듣고 싶었다. 오늘날 세계에 대한 신선한 접근 방식과 오직 청년이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와 통찰력을 원했다”고 말했다.

매슈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Johan Persson·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본은 자신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추하고, 유혈이 낭자하고, 원초적이며, 그 어떤 버전보다 가슴 찢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작품에는 자신 안의 악마와 싸우는 강인한 줄리엣, 경험이 적고 별난 로미오, 게이 커플, 감정적 깊이가 있는 악당, 그리고 폭력과 그 결과에 대한 진실한 묘사가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파드되(2인무)를 펼지는 발코니 신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전해진다.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이라는 평가도 있다. 본은 “첫사랑은 때로 어색하고, 탐구와 발견의 흥분으로 가득하다. 그들은 서로에게서 잠시도 손을 떼지 못하고, 끝없이 서로를 더듬으며 첫 키스로 나아간다”면서 “볼이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추는 흔한 방식보다는 좀 더 도전적인 안무를 선보이려 했다. 둘 다 영원히 끝나길 원치 않는 순간, 관객들 모두가 간직한 청춘기의 추억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은 셰익스피어의 줄거리만큼 중요하다. 본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내게 대사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본의 작품은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직관적으로 다가간다. 본은 “많은 관객이 무용에는 비밀 언어가 있으며, 사전 정보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두려워한다”면서 “나는 관객이 사전 지식 없이도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관객은 그들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고 권했다.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5월8~19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다.

안무가 매슈 본. ⓒJohan Persson·LG아트센터 서울 제공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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