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잇슈] "너무 혐오스러워"…시민들 떨게한 `한강 괴물` 직접 가서 봤더니

박상길 2024. 4. 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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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 모습을 재현한 대형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박상길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눈부신 위장술이라는 제목의 어선 조형물.<박상길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북극곰 조형물.<박상길 기자>
한강 어선 조형물.<박상길 기자>

"괴물 저거 혐오스럽다고 철거한대...정말? 좀 그렇긴하다."

영화 '괴물' 속 괴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10년 만에 철거된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젊은 남성들이 괴물 조형물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외국인이나 내국인 모두 괴물 조형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나가다 다들 발걸음을 멈추며 카메라를 꺼내 들 정도로 여전히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지만, 다소 무섭게 생긴 외형적인 모습 때문인지 접근 자체를 꺼리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2006년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을 재현한 조형물은 높이 3m, 길이 10m의 크기로 만들어졌으며 예산 1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한강에 스토리텔링을 연계한 관광 상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조성됐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 취급을 받거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면서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이곳 한강공원에는 괴물 조형물 외에도 6개의 공공 조형물이 더 있다. 먼저 버려진 거울을 이용해 배의 표면을 모자이크한 '눈부신 위장술'이라는 작품이다. 해설을 읽어보니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발견된 보물선처럼 어선을 만나게 한다"라고 적혔다.

그러나 이 조형물은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저 담배 태우기 좋은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모습이었다. 이날 배 조각상 뒤편에서는 한 시민이 담배를 태우면서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시민은 기자가 쳐다보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배 조형물 주변으로는 잡초가 올라왔으며 배 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와 흙, 벌레 등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책하던 시민들은 이 작품을 멀찍이서 스치듯 잠깐 바라보거나 그냥 지나쳐 버렸다.

괴물 조형물 인근으로 북극곰 조형물도 보였다. 폐타이어의 특성을 이용한 근육의 살아있는 듯한 묘사를 통해 곰이라는 생명체에 역동성과 강렬한 존재감을 불어 넣은 작품이다. 서울의 역사적 상징인 한강철교 밑에 설치돼 한강이 오래도록 지녀온 강한 생명력을 부각시킨다고 해설되어 있다. 이 조형물은 북극곰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 '움찔'하게 만들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까이 가기가 꺼려졌다.

'한강어선이야기 하나_바다바람'이라는 조형물은 "바다바람은 '남해호'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을 상상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어선이 바다에서 땅까지 오는 여정과 보이지 않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라고 해설이 적혀 있다. 이 작품 주변으로는 철 지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으며 배 뒤로는 소라 껍데기를 묶어놓은 로프들이 지저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배 곳곳에서는 녹슨 자국도 적잖게 발견됐다.

이외에도 한강공원에는 원형 의자, 원형 가림막, 사람 모형 조형물 등이 있었는데 사람 모형 조형물의 경우 조형물이 훼손되면서 여기저기 녹슨 모습이 보였으며 조형물 앞에 설치된 작품 해설은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글자가 크게 훼손됐다.

한강공원 조형물들이 이처럼 방치된 것을 두고 누리꾼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때 시작된 아무 의미도 없는 '무쓸모' 조형물", "세금 가지고 만든 쓰레기", "관리 비용은 어디다 썼나"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은 한강 경치와 잘 어울리면서도 실효성이 있는 작품들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5월 공공미술심의위원회와 전문가 자문 등의 절차를 밟은 뒤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괴물 조형물을 비롯해 한강공원에 설치된 조형물 전반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형물 가운데 노후도가 심해 미관을 해친다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조형물을 철거할 예정"이라며 "특히 괴물 조형물은 여러 논란이 있는 만큼 철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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