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에 밀려나는 어학과? 덕성여대 독문·불문과 폐지 수순
덕성여대가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에 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권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어문계열 두 학과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4일 덕성여대에 따르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회는 전날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 신입생을 미배정하고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학교 측은 두 학과의 인기 저조 등을 폐지 근거로 내세웠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이 같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면서 “2023학년도에 평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유지가 불가한 전공의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또 덕성여대 측은 재학생 감소에 따라 해당 전공이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고, 대학 존립 위기에 대비한 선제 대응이 필요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AI(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덕성여대 뿐 아니라 대학의 어문계열 학과가 점차 사라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권 대학들은 어학 학과를 없애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외대는 작년부터 용인 캠퍼스의 영어·중국어·일본어·태국어 통번역학과 등 13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서울 캠퍼스에도 유사한 학과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 삼육대는 2021년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항공관광외국어학부’로 통폐합했다. 경북대 불어교육과 학생들은 대학이 폐과를 결정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오는 27일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덕성여대가 서울 시내 대학 최초로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를 폐지하면서 인문학 붕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덕성여대 상황에 대해 독어독문학회나 지방 대학들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다른 학교 인문학 전공에도 부정적 영향이 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서울권 대학 뿐 아니라 전국 대학에서 외국어학과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어학 학과는 2018년 920곳에서 2023년 750곳으로 5년 만에 5분의 1(18%)이 사라졌다. 입학 정원도 같은 기간 1만8451명에서 1만5000명으로 18%(3000명) 줄었다.
특히 영어학과는 222곳에서 196곳으로, 중국어학과가 138곳에서 118곳으로 줄었다. 독어독문학과는 이제 전국적으로 52곳, 불어불문과는 47곳 남았다. 같은 인문 계열이지만 문헌정보학·심리학 등 ‘인문과학’ 계열은 최근 5년간 742곳에서 864곳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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