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해지긴 했는데, 문제는…올 추석에도 ‘맹탕머스캣’?
한때 ‘명품 포도’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샤인머스캣의 몸값이 계속 하락세다. 포도 주산지인 경북지역에서는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빠른 탓에 또다시 품질이 낮은 샤인머스캣이 대량유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샤인머스캣 2㎏ 상품 기준 가락시장 평균 도매거래 가격은 1만896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2만2454원)·2021년(2만486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량 떨어진 셈이다. 샤인머스캣 가격 폭락은 2022년 1만2107원을 기록하며 시작됐다.
가격이 떨어진 원인은 생산량 증가와 품질 저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국내 재배면적(추정치)은 2016년 278㏊에서 지난해 6576㏊로 24배 가량 증가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품질 저하도 가격 폭락을 부추겼다. 농가들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거나 추석 등 대목을 맞추려는 욕심 때문에 제대로 익지도 않은 포도를 수확해 출하한 탓이다.
경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거봉류의 포도는 300평 기준 2.5t 이상으로 생산하면 제대로 익지 않아 당도가 떨어지고 껍질이 질겨진다”며 “2022년에는 4~5t까지 생산한 농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김천농업기술센터는 당시 노지(지붕으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에서 생산된 샤인머스캣 상당수가 조기 수확된 상태로 출하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시 추석은 9월10일로 2021년(9월21일)과 2020년(10월1일) 추석보다 12~22일 빨랐다. 노지에서 생산한 샤인머스캣은 통상 9월 말에서 10월 초·중순쯤 수확해야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경북지역에서는 올해 추석도 지난해보다 12일 빠른 탓에 저품질의 샤인머스캣이 시중에 풀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 추석은 9월17일이다. 경북의 포도 면적은 8203㏊로 국내(1만4천655㏊)의 56%를 차지한다. 그 중 샤인머스캣은 4878㏊로 전국 재배면적(6067㏊)의 80% 수준이다.
고품질 샤인머스캣 생산을 위해선 봄철 새순 솎기와 송이 솎기를 통해 원가지 1m당 13개 정도의 열매 가지를 두고 한 가지에 한 송이(700g)씩만 과실을 달아야 한다. 또 포도알 착립 후 120일 이상의 충분한 생육기간을 거쳐 적정 수확기에 도달한 과실을 수확해야 한다고 경북농기원은 설명했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포도 산업 발전과 가격 안정을 위해 고품질의 샤인머스캣을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한다”며 “이른 추석을 맞아서도 적정 착과량과 수확 시기를 지켜 경북 포도 품질 유지하도록 농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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