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진짜 나이' 알려주는 막대 크기 DNA칩

박정연 기자 2024. 4.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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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의 몸으로 돌아가겠다"며 매년 27억원을 회춘에 투자하는 미국의 40대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탔다.

김영진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 연구원은 23일 서울 광화문HJ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 과학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방법과 생체나이가 실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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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현수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 연구원이 서울 광화문HJ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 과학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최근 "10대의 몸으로 돌아가겠다"며 매년 27억원을 회춘에 투자하는 미국의 40대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탔다. 존슨은 자신의 실제 나이는 45세지만 심장의 생물학적 나이는 37세, 피부 나이는 28세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존슨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주민등록상 나이(연대기 나이)가 아닌 '생체 나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생물학적 나이인 생체 나이는 몸 각 부분의 노화 수준을 측정해 산출한다. 생체나이를 잘 관리하면 본래 나이보다 젊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김영진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 연구원은 23일 서울 광화문HJ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자협회 과학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방법과 생체나이가 실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생체 나이는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 연구원은 "한국인 18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체 나이가 1세 증가할 때마다 대장암 발생은 12% 높아지며 이 밖에도 고혈압 등 각종 만성질환의 발생과 연관됐다"고 말했다.

건강 평가의 척도인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메틸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메틸화는 메테인에서 1개 수소 원자가 제거된 메틸기(H3c)가 사이토카인 염기에  붙는 현상이다. 사이토카인은 혈액 속에 함유된 비교적 작은 크기의 면역 단백질이다.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로 체내에서 각종 생체 신호를 전달하는 데 관여한다.

이러한 메틸화는 인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메틸화에 따라서 실제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생성하거나 생성하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메틸화 정도에 따라 외모와 질환 발병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메틸화는 노쇠 현상과도 관련됐다. 김 연구원은 "나이가 젊거나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때는 유전자가 잘 발현되다가 주변 조건이 변화하면 유전자 발현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질환이 발생하거나 노쇠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쇠 현상은 노화가 지속되면서 신체기능이 저하돼 작은 스트레스나 신체 변화에 매우 취약해지면서 질병이 쉽게 생기는 상태다.

메틸화를 가장 간단하게 측정하는 방법은 DNA를 활용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작은 막대기 크기의 칩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메틸화 기반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소형 칩에 특수 처리된 DNA를 넣는다. DNA는 혈액에서 추출한 뒤 화학처리를 가해 조사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이어 광학스캔을 통해 염색체 별로 메틸화 정도를 측정한다. 측정된 메틸화 정보를 통계분석법으로 분석해서 생체 나이를 추정한다. 메틸화가 가속화되는 속도를 그래프로 표현해 연대기 나이의 변화 속도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메틸화 변화는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것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메틸화 변화 속도를 확인하면 음주와 흡연 습관을 각각 74.3%, 86.5%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과학수사에도 활용된다. 메틸화에 남은 흡연과 음주의 흔적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추릴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최근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노쇠를 지연시키면서 건강하게 사는 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생체 나이는 나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이면서 간단하게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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