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은 진짜 방시혁에게 멍석말이 당하고 있는 걸까?[이슈와치]

김범석 2024. 4. 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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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를 키운 프로듀서 민희진 대표(어도어 제공)
K팝 선두주자가 된 걸그룹 뉴진스(뉴스엔DB)
2023년 기준 연 매출 2조를 기록한 하이브 방시혁 의장(하이브 제공)

[뉴스엔 김범석 기자]

민식이는 한강 이남 최고의 삼겹살 전문가다. 10년간 남의 가게에서 설거지 보조부터 홀서빙까지 섭렵했다. 이제 손님 팁이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까지 알 정도다. ‘이제 너도 네 가게 해야지’라는 주위 권유도 있고 결혼도 앞둬 돈 많은 정육 도매 회장님을 소개받아 투자를 받아냈다.

성공 확신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대여보단 투자가 낫지, 싶었다. 대여는 갚아야 하지만, 투자는 잘 되면 지분만큼 나누고 망하면 그냥 미안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쩐주는 민식이에게 선뜻 지분과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그래야 민식이가 영혼을 갈아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상장사도 아닌데 지분 큰 의미 없다’고 했지만, 질투라 여기고 밥을 샀다.

결과는 대박. 민식이가 개발한 야전삽 위에서 구워주는 삼겹살 덕분에 가게는 인스타 성지가 됐고, 젊은 요식업 CEO로 ‘유퀴즈’까지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가게가 아무리 잘 돼도 쩐주가 가져가는 돈이 더 많았다는 거였다. 못마땅했고 이 점포를 내 걸로 만들어야 했다. 변호사는 회장의 약점부터 캐오라고 귀띔했다.

경리를 꼬드겨 정육 도매상 회계장부를 훔쳐보고, 형님의 단골 골프장과 룸살롱을 은밀히 알아봤다. 뭐라도 잡히면 터뜨릴 생각? 전혀 없다. 힘들 때 시드 대준 고마운 형님 아닌가. 다만, 조용히 만나 ‘애인 있는 거 형수님이 아시냐?’, ‘도박하는 거 교회분들이 알면 얼마나 실망하겠냐’며 걱정해주고 ‘가게 넘기시라’고 제안만 할 생각이었다. 과연 민식이는 어떻게 됐을까.

요즘 뉴진스 회사 어도어 대표 민희진과 모회사 하이브 방시혁 의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파문을 낳고 있다. 하이브는 이례적으로 감사권까지 발동하며 민 대표가 해외 투자처를 알아봤고 하이브가 가진 80%의 어도어 지분을 궁극적으로 어떻게 팔게 할 건지 궁리한 흔적을 찾았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한 상황. 하지만 이사회를 100% 장악한 민 대표가 이에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분 20%라고 하지만 어도어 내규에 의결권 프리미엄이 있으면, 민 대표가 유리해질 수도 있다.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본 뉴진스 멤버와 그들의 부모가 모두 같은 생각을 할지도 관건이다.

민희진은 누구인가. SM엔터테인먼트에 사원으로 입사해 승진으로만 이사까지 오른 실력자다. 이등병이 이수만 사단에서 별을 단 건데 소녀시대부터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NCT 등 SM의 핵심 콘텐츠를 기획, 디렉팅 한 K팝 설계 천재다.

그러나 칸막이가 있다 한들 오너십이 중요한 흥행 비즈니스 산업에 한 지붕 두 천재가 공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방시혁과 민희진의 스타일과 성향이 흡사해 갈등과 마찰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언젠가 터질 고름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아름다운 이별인데 민희진은 뉴진스를 자기가 키운 만큼 ‘내가 데려가겠다’는 입장이고, 방시혁은 ‘돈을 댄 지주사를 뭐로 보느냐?’며 괘씸해 하고 있다.

민희진은 이번 사태 원인이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신예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감사라는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세상에서 가장 열받는 게 ‘아실 만한 분이 원치 않는 언행을 할 때’인데 민희진이 볼 때 선배 방시혁이 자신에게 해선 안 될 몹쓸 짓을 했고, 이를 독립할 명분으로 삼은 듯싶다.

그런데 민 대표가 짚어야 할 점은 하이브의 여러 무형 자산을 본인도 자기 사업에 끌어썼다는 점이다. BTS라는 엄청난 후광 효과와 방시혁이 쌓은 각계각층의 라포, 신뢰 자산은 돈으로 쉽게 환산하기 어렵다. 하이브에 본인 역시 빨대를 꽂아놓고 내 아이템과 콘셉트를 베꼈다고 공개 망신 주는 건 나르시시스트라고 오해받기 좋은 상황이다.

설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치자. 대중들이 이걸 인정한다면 오히려 민 대표의 주가가 더 오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확성기를 든 걸 보면 아일릿이 생각보다 잘 될 것 같아서 배 아프고 불안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민식이의 최대 실수는 투자를 받은 거다. 아파트와 차, 시계를 팔아 사업을 했더라면 잉여는 모두 내 차지가 된다. 남의 돈은 독이 묻어 있어서 늘 무서운 법이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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